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총 입학 정원이 2000명으로 확정되면서 대학들의 로스쿨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어떤 커리큘럼과 교수 방법으로 새로운 법조인을 양성할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미흡한 상태다.

연간 약 5만명의 법조인을 양산해 내고 있는 로스쿨 본산지 미국의 사례는 따라서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미국 현지 로스쿨에서 정규 과정을 마친 국내 법조인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 봤다.

미국 현지 변호사들이 보편적으로 거치는 3년짜리 JD(Juris Doctor) 과정을 마친 박선정 서정 변호사(42ㆍ뉴욕주 시러큐스대)는 "로스쿨 1학년은 가장 힘든 시기인데 그 이유는 법 자체보다도 어떻게 법적 마인드를 가지고 생각하느냐를 배우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박 변호사가 기억하는 소크라테스식 문답 수업의 예는 이렇다.

"꽃을 심으려고 땅을 팠는데 과거 해적이 숨겨 놓은 보물을 찾았다면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해적의 후손들이 찾아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교수가 끊임없이 질문하고 학생들은 답변하거나 토론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적용되는 법 조항은 물론 입법 취지와 역사를 구체적으로 알게 되며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 방식을 단련한다.

국내에서 법학부를 졸업한 후 사법 시험을 거쳐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최근 컬럼비아대 로스쿨의 1년짜리 LLM 과정을 마친 K변호사(35)는 "사법연수원 첫 수업 시간에 판결문의 글자와 글자 사이는 몇 칸을 띄는지, '서울시'에서는 '시'를 생략한다는 것 등을 가장 먼저 배운 기억이 난다"며 "법원의 절차 등 형식 논리보다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하도록 해 주는 것이 더 급선무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국 로스쿨 학생들은 정규 수업 이외에도 '클리닉' 등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한다.

홍상범 세종 변호사(33ㆍ위스콘신주립대 JD)는 "감옥에 수감 중인 죄수들에게 법률 상담을 해 준 적이 있는데 감옥에서의 권리나 형 집행유예를 받는 절차,이혼 상담 등을 해 준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이형기 화우 변호사(38ㆍ시애틀 워싱턴주립대 JD)는 "지역 법원이 로스쿨의 좋은 강의실을 빌려 실제 재판을 진행하기도 한다"며 "로스쿨 재학생들의 참관을 유도하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로펌과 법원이 로스쿨 교육에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어 실무적인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교수진 가운데 실무에 뛰어난 유명 변호사 등이 대거 포함된 것도 미국 로스쿨의 장점이다.

김지현 태평양 변호사(38ㆍUC버클리 LLM)는 "거의 주마다 점심 시간 등을 이용해 겸임 교수인 유명 변호사와 밥을 먹고 얘기하는 수업이 있었다"며 "재학 당시 실제 구글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가 와서 따끈따끈한 사례를 분석해 줬는데 아주 흥미진진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로스쿨과 타 단과대학 간 공동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대학에 따라 사회학 박사와 JD를 5년에,경영학 석사(MBA)와 JD를 4년에 마치는 등 복수학위 과정이 개설돼 있기도 하다.

국제화 시대를 맞아 스페인어 등 외국어 교육을 강조하는 풍토는 배울 만한 점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JD 1학년 과정은 대학별로 거의 비슷하게 헌법 민법 형법 계약법 등 소위 기본 6법 이외에 '법률 글쓰기'가 반드시 들어간다.

소송 준비서면과 판결문 등을 쓰는 원칙을 거의 1년 내내 배우는데 미국 현지 학생들도 어려워하는 편이다.

미국 로스쿨에서도 중재나 무역 거래 등 비즈니스 영역에 대한 교육이 다소 미흡하다거나 3년이라는 과정 동안 기초적인 법률 지식을 처음부터 공부하기가 버겁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상범 변호사는 "소크라테스식 수업 방식에 대해 미국 현지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