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질환도 조기치료땐 6~8주만에 완치 가능

50대 후반의 주부 L모씨는 2005년 연말께부터 몸이 불편해 지압과 추나요법을 받았다.

그러던 어느날 머리가 시멘트처럼 굳어지는 느낌이 찾아왔다.

누군가 머리를 목아래로 끌어당기는 것 같고 조금만 움직이면 어지럽고 귀가 멍멍했다.

한의원에선 조금 강하게 치료하다 빚어진 불상사인 만큼 다시 와서 치료를 받으라고 하지만 이제는 겁이 나 다른 한의원에서 침과 한약으로 치료받고 있다.

대형병원에서 컴퓨터 단층촬영(CT)을 해보니 신경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집안일이나 외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지는 기미가 전혀 없다.

통증은 사소한 두통이나 얼굴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난치성 삼차 신경통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가볍게 볼 수 없다.

통증의 정도나 원인,아픔을 표현하는 방식,치료에 의해 호전 또는 악화되는 양상은 제각각이다.

그러나 통증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일단 통증부터 끊어내는 게 현명하다.

윤덕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과 교수는 "의학 발달로 통증의 원인을 대부분 알게 됐으며 설령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더라도 통증을 제압할 수 있는 수단은 다양하다"며 "L씨처럼 원인을 알지 못한다고 비효율적인 치료에 의지할 게 아니라 보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치료하는 양방의 통증클리닉을 찾아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L씨는 목의 척추가 부적절한 힘에 의해 압박받았거나 경추관절이 불안정해져 생긴 경추성 두통으로 보인다"며 "성상 신경절 삼차 후두신경 2번 경추후근신경절 등을 차단하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통증이 오면 참는 게 미덕이었다.

특히 노인은 젊은 사람에 비해 통증에 더 민감하고 다양한 통증을 겪는데도 꾹 참고 지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이를 미련의 극치로 볼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

삼차신경통 신경병증성통증 복합부위통증증후군 같은 난치성 질환이라도 조기 치료만 하면 6∼8주 만에 완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L씨처럼 치료가 지연되면 큰 일이다.

김찬 아주대병원 신경통증클리닉 교수는 "통증은 말초신경에서 감지돼 척수를 거쳐 뇌에 전달되는데 통증을 장기간 방치하면 통증을 인지하는 뇌의 성질이나 경로에 변화가 일어나고 통증이 고착화된다"고 설명했다.

즉 뇌나 척수의 중추신경계가 통증에 민감해져 조금만 자극되도 심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감촉조차도 통증으로 인식하고 통증이 간헐적이 아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방향으로 악화된다는 것이다.

통증클리닉에선 주로 신경차단술 신경감압술 등과 약물치료가 이뤄진다.

차단술은 교감신경 또는 체성신경을 절단하거나 알코올로 괴사시키거나 국소마취제로 마비시키는 것이다.

교감신경을 이처럼 다뤄도 되는 것은 하나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여러 가닥의 신경이 관여하고,감각유지보다는 통증제거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신경분리술은 테프론이란 물질로 신경과 혈관을 분리해 신경의 재생과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통증을 경감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중 어떤 방법이든 부작용이나 재발이 나타난다.

예컨대 삼차신경통을 신경파괴술로 치료할 경우 씹는 데 장애가 올 수 있고 6개월∼10년 사이에 재발된다.

그러나 통증 없는 기간이 평균 2년 정도 지속되며 재발돼도 전신마취가 필요없는 간단한 재시술을 받으면 되기 때문에 가장 나은 치료법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김 교수는 "노령인구가 증가하면서 통증클리닉 환자도 같이 늘고 있다"며 "나이가 들면 매년 0.9%에 해당하는 세포에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 아무리 건강해도 원인불명의 통증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통증은 치료해야 할 질환이며 지금의 의학 수준으로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으므로 조기에 전문적인 치료에 나서되 너무 조급해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