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이가 말하는 걸 한번 보세요." 지난 1일 '노동절 마라톤대회'에서 만난 김해성 외국인노동자의집 대표가 한 아이를 가리켰다.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사무엘(7)이었다.

인도네시아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사무엘은 아빠와는 인도네시아어로,엄마와는 한국어로 유창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영어를 전공한 아빠 덕분에 또래 아이들보다 영어도 월등히 잘한다.

사무엘만이 아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상당수는 이중언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필리핀 엄마를 둔 전북 장수의 민수(11)나 4년 전 몽골인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중학생 미나(16)도 마찬가지였다.

미나는 한국어가 아직도 서투른 부모를 대신해 한국에서 태어난 3살된 동생에게 두 나라 언어를 가르칠 정도다.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국제결혼 가정이나 외국인 근로자 가정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이중언어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축복"이라고 말한다.

김해성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는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 많다"면서 "그 자녀들이 한국에 정착하든 모국으로 돌아가든 두 나라를 잇는 훌륭한 가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한국어와 모국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아이들을 위해서나 우리 국익에나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점에서 종교계 등 민간에서 설립을 추진 중인 '지구촌 학교'가 주목받고 있다.

이 학교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중학교 과정까지는 일반 학생과 따로 교육한 뒤 고등학생 때부터 일반 학교에 보내는 방식이다.

"각종 차별의 이유인 언어나 피부색은 거꾸로 생각하면 대단한 강점입니다. 아이들을 다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한국인으로 키워 경제사회적인 외연을 넓힐 것인가,아니면 가슴속에 응어리를 안고 살도록 할 것인가는 우리 몫이죠." (외국인근로자센터의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