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재선충 피해가 발생한 경기도 광주 지역에선 잣나무 2만3000여 그루가 벌목됐다.

재선충은 그 뒤로도 전국의 소나무와 잣나무를 초토화시킬 기세로 퍼져 나가 관계당국을 긴장시켰다.

지난해 확인된 피해액만 560억원(산림청 통계)에 달했을 정도.

큰입배스 황소개구리 솔잎혹파리 떡붕어 뉴트리아 등 우리 생태계에 큰 변화를 초래하는 외래 동·식물들의 이름은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최근 환경부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조사 결과 국내에 들여온 외래 동·식물은 확인된 것만 607종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이 일으키는 생태적 경제적 피해가 상당하다는 것.1960년대 후반 어업 자원으로 수입된 큰입배스는 토종 물고기의 씨를 말렸을 정도다.

방상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연구결과가 없어 정확한 피해액을 추정하기는 힘들지만 최소 1조원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래종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콜럼버스 교환'이 위험 수위에 도달한 셈이다.

남미에서 온 대형 설치류인 뉴트리아는 우포 늪을 비롯해 낙동강 일대에서 골칫거리가 됐다.

수자원 생태를 황폐화시킬 뿐 아니라 굴을 파는 습성때문에 둑을 붕괴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이집트 원산 곰쥐는 살모넬라,서교열,유행성 출혈열 등을 옮긴다. 담배가루이는 장미 농가의 '경계 대상 1호'로 꼽힌다. 화분용으로 수입된 서양뒤영벌은 토종 꿀벌을 몰살시켜 양봉 농가에 타격을 입히고 있고 섬사과우렁이는 벼를 비롯한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다.

최근의 도마뱀 거미 달팽이 같은 희귀 애완동물 및 곤충 사육 붐도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들 외래종은 생태 환경 외에 농·수산업 등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고 곰쥐처럼 각종 질병과 알레르기 질환의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실태 파악도 못 하는 수준이다.

방상원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3년 정도 조사를 계속해야 정확한 피해 규모를 추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 용어풀이 >

◆콜럼버스 교환(columbian exchange)=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후 옥수수나 감자,고추 등의 농작물이 유라시아에 전파되고 천연두나 홍역이 아메리카에 전파되는 등 인간의 교류로 인해 발생하는 생태학적 변화를 지칭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