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상인이 함께 부르는 '부활의 노래'

울산 성남동의 중앙재래시장과 '젊음의 거리 1번가'에 들어서면 마치 유럽의 아케이드(아치형 차양막) 쇼핑거리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하늘을 투명하게 덮은 아케이드,깔끔하게 닦여진 대리석 바닥,백화점 못지않게 정돈된 상점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특히 중앙시장과 젊음의 거리를 잇는 총 길이 745m의 아케이드는 국내 대도시 상점가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시설로 사시사철 편안한 쇼핑과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3년 전만 해도 이곳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빈사 상태의 상권이었다.

성남동은 1980~90년대에 울산의 중심 상권으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도시 기능의 중심이 삼산동으로 옮겨가면서 급속히 기울었다.

중앙시장은 지은 지 40여년 된 낡은 시장이었고,젊음의 거리는 삼산동에 롯데·현대 백화점이 세워지면서 손님들을 많이 뺏긴 상태였다.

이에 성남동 상인들과 중구청은 상권을 살리기 위해 손을 잡았다.

조재윤 울산 중구 상인연합회 회장(57♥사진)은 "중구청 공무원들과 함께 일본 미국 유럽 쪽을 다니면서 유명한 재래시장 거리는 거의 다 다녀봤다"며 "아케이드 아이디어는 일본 오사카 쇼핑거리에서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에 나가보니 재래시장 성공 사례들이 아주 많아 그제서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상인연합회와 중구청은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아케이드 설치와 상가시설 정비에 나섰다.

울산시의 지원을 받아 약 40억원을 들여 2005년 12월 중앙시장과 젊음의 거리,옥교상가 등 성남동 일대 상가 6곳에 3층 건물 높이의 아케이드를 설치했다.

무질서하게 골목을 차지했던 노점상은 다른 곳으로 옮기고 재래시장 간판도 새로 정비했다.

'차없는 거리'를 지정해 편안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상인들의 비용 부담은 전혀 없었다.

김영환 중구청 지역경제과 담당은 "상권을 다시 일으키려는 작업인데 어려움에 빠진 상인들에게 금전 부담을 지울 수 없었다"며 "울산시와 중구청에서 예산을 전액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아케이드가 설치된 후 유동인구는 이전보다 20~30% 늘어났다.

비어 있던 점포도 속속 채워졌다.

2004년 12월엔 멀티플렉스 영화관 메가박스가,2006년엔 대형 의류 할인매장인 뉴코아아울렛이 들어서면서 삼산동으로 발길을 돌렸던 젊은이들이 다시 돌아왔다.

이러한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이곳을 찾는 발길이 분주하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