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재래시장은 2030세대 중심의 서면상권에서 마치 이방인과 같은 존재다.

젊은이들을 겨냥한 화려한 상가들 한가운데 '서면시장'이라고 쓰인 낡은 2층 건물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연면적 800평 규모의 이 건물은 1970년 지어진 후 지금까지 한번도 리모델링되지 않았다.

서면시장은 6·25 전쟁 이후 전국 각지에서 몰려 온 피난민들이 터를 잡으면서 형성됐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 시장은 서면 상권의 중심지로 전성기를 누렸다.

쇠퇴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95년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이 개점한 후부터.2000년대 초반 서면 상권이 젊은층을 겨냥한 상권으로 본격 재편되면서 서면시장은 상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현재 서면시장의 150개 점포 가운데 60여 곳이 비어 있는 상태다.

김용찬 서면시장번영회 사무국장(70)은 "손님을 백화점과 쇼핑몰에 뺏기면서 시장이 활력을 잃어 시와 구청 측의 배려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 남아 있는 상인들의 표정도 매우 어둡다.

10년째 옷 수선 일을 하고 있는 '꼼꼬미옷수선'의 임복순씨(58)는 "지금 남아 있는 점포라곤 2층의 옷수선집과 칼국수집밖에 없다"며 "근처 롯데백화점에서 옷을 산 사람들이 옷 고치러 이곳에 가끔 들를 뿐이어서 하루 벌이가 3만원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