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성로는 '황금상권'이란 표현이 적절한 곳이다.

인구 250여만명의 대구 소비자들이 쇼핑,외식,유흥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도심 상권인 까닭이다.

신시가지인 달서구 성서지구나 수성구 황금동 일대에 외식이나 유흥 상권이 형성돼 있지만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상권은 동성로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80,90년대 동성로에 점포를 하나 가지고 있다면 '3대가 먹고 살 수 있다'는 농담도 유행했다.

여희광 동구 부구청장(전 대구시 경제산업국장)은 "최근 수년간의 불경기로 90년대보다는 침체돼 있지만 대구 전역에서 동성로를 능가하는 상권이 출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며 동성로가 지닌 상업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하루 유동인구는 무려 50만명으로 서울의 명동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동성로 상권의 입구 격인 한일극장에서 '이동통신 거리'에 이르는 메인 도로변 점포 시세는 서울 강남역 이면골목 수준이다.

1층 30평 기준으로 권리금 2억~5억원,보증금 2억~5억원,월세 1000만~2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다만 권리금은 불경기 탓에 조금씩 떨어지는 추세라는 게 현지 부동산가의 얘기다.

메인 도로변은 남녀 캐주얼,신발,화장품 등 유명 브랜드 패션 매장이 주류를 이룬다.

일단 자금력이 달리면 경쟁이 안 되는 곳이어서 아마추어는 리스크가 크다.

권리금과 보증금이 비싸고 인테리어도 허술하게 할 수 없는 곳이라 30평 점포 하나 내는 데 10억원이 훌쩍 넘어간다고 상인들은 귀띔한다.

개인 가게는 아니지만 대기업 계열사들이 전개하고 있는 드러그스토어(뷰티·헬스상품 전문점) 업종은 희소성이 있는 데다 유동인구 덕분에 장사가 잘 될 만한 곳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동성로 상권의 중심축인 '대백(대구백화점의 준말)'에서 중앙파출소를 잇는 도로변도 패션업종 중심으로 이뤄진 것은 메인거리와 비슷하나 브랜드 가치가 조금 떨어진다.

메인 거리가 후부 MLB 등 고가 브랜드 중심인 데 비해 이 곳은 중저가 캐주얼 위주다.

서준 상가뉴스레이다 상권분석팀장은 "중고교 학생 유동인구도 상당한 만큼 선물용품 모자 액세서리 등을 파는 저가 잡화점이나 팬시·문구점이 유망한 곳"이라고 말했다.

동성로와 대백 사이 골목길에는 쇼핑 전후로 간단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퓨전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다.

서 팀장은 "쇼핑객들이 버스나 전철로 동성로에 내려 대백 쪽으로 이동하는 동선이어서 3평 미만의 작은 공간을 확보해 샌드위치나 커피 테이크아웃점을 한다면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인 도로에서 벗어난 외곽 골목과 도로변에도 특화된 소규모 상권들이 여러 곳 형성돼 있다.

보세의류,액세서리,이동통신 거리가 대표적이다.

같은 업종끼리 몰려있어 소비자 입장에선 비교 구매하기가 편리하다.

외곽 상권의 주 고객은 여성들이어서 주점을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건물 2,3층은 커피숍과 미용실이 과다한 편이다.

이현승 한국실행창업센터 대표는 "신규 창업자들은 피부관리숍이나 네일아트 업종에 손대는 게 낫다"면서 "서울에서 유행하는 사주카페를 열어 주변 가게들과 차별화하는 방안도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동성로 일대에 들어서는 쇼핑몰에 들어가려는 창업자들은 사업성을 잘 따져봐야 한다.

최근 금융결제원 옆에 문을 연 '유플러스' 상가 2,3층에 '무상임대' 플래카드가 내걸린 것은 동성로 일대 쇼핑몰들의 고민을 대변하고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