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에 결혼할 예정인 권형진씨(31·가명)는 아파트를 구입하려다 '반값아파트'가 나올 것이란 소식에 전세를 알아보고 있다.

권씨는 "반값아파트가 과연 실현될지 의문이 들지만,내년에 시범단지까지 짓는다니 기대가 된다"며 "어차피 집을 사려면 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전세를 살면서 추이를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내년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이 예년보다 크게 줄어 전세시장이 불안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반값아파트'가 전셋값 불안요인으로 불거지고 있다.

권씨처럼 집을 장만하려던 무주택자들이 마음을 돌려 일단 반값아파트를 지켜보겠다며 전세시장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중계동 28평 아파트에 1억6000만원에 전세를 살다가 최근 3000만원을 올려줬다는 김모씨(35)는 "반값아파트를 꼭 사겠다는 것은 아니지만,반값아파트가 나와 집값이 안정된다면 내집마련을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이 집값 급등에 불안해 하고 무리해서 얻은 주택담보대출을 갚느라 허덕이는 것을 보면서 반값아파트 효과에 기대를 걸고 일단 전세를 한 번 더 살기로 마음먹었다"고 털어놨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반값아파트 논의가 오히려 전세수요를 늘려 가뜩이나 공급이 모자란 내년 봄 이사철 전세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함 팀장은 "특히 2008년부터 시행될 청약가점제에서 불리해 주택 구입을 고려했던 사람들이 반값아파트를 사겠다며 돌아설 경우 전세 수급불안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주택 매입수요가 전세로 전환되는 기미가 보이자 일부 전문가들은 전세난이 불거지기 전에 미리 전세를 찾으라고 조언하고 있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내년 2월부터 전세가 필요한 사람은 지금부터 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