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萬洙 <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

이 정부 출범 이후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부동산정책이 나왔다. 지난해 "부동산 불패라는 잘못된 믿음을 깨뜨리기 위해"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세금벼락'이라고 불린 8·31부동산대책이 나오고,부동산 보유세가 8배나 올랐을 때 "아직 멀었다"면서 자신만만해했던 정부가 아파트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자인(自認)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신도시 아파트의 분양시기를 앞당기고 분양가를 낮추며 주택대출을 규제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대책에도 불구하고 아파트가격이 계속 오르게 된 것은 원인에 대한 분석과 처방이 잘못됐기 때문에 처음부터 예견돼 왔다. 강남 아파트가격의 상승요인은 주거여건 이외에 교육여건,과잉유동성,공급부족 등 복합적이었다. 정부는 상승원인을 투기로 보고 조세 원칙에도 맞지 않는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양도소득세 강화를 중심으로 한 수요억제정책을 추진했다. 과도한 조세정책은 1가구1주택 실수요자들이 이사를 가지도 눌러 살 수도 없도록 만들어 시장의 정상적인 매매도 동결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오히려 가격상승을 부추겼다. 근본요인인 교육여건,과잉유동성,공급부족 등에 대한 대책은 없어 가격은 계속 상승될 수밖에 없었고 정부의 신뢰성 상실은 시장의 움직임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게 되었다.

때가 늦었지만 부동산대책을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관점에서 교육여건의 개선,과잉유동성의 제거,수요에 상응하는 공급대책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다. 교육여건의 개선은 평준화정책과 대학입시제도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대책이 쉽지 않지만 강북의 뉴타운지역에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의 개설로 강남에 대한 쏠림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과잉유동성 제거를 위해선 지급준비율 인상과 통화채 발행으로 시중의 과잉유동성을 직접 흡수하는 것이 먼저다. 주택대출규제는 무차별적으로 하지 말고 1가구1주택의 실수요자에 대한 금리인상이나 담보규제는 하지 말아야 한다.

수요에 상응하는 공급대책에 관하여는 부동산정책의 골격이 돼야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종합부동산대책이었던 1978년의 8·8부동산 조치의 배경과 철학을 참고하면 어떨까 한다. 그 후에 나온 택지소유 상한제,토지초과 이득세,개발부담금 등 토지공개념정책은 공공성과 규제를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을 파괴하는 것이었지만 8·8조치는 토지의 유한성과 주택공급의 한계를 전제로 부동산시장의 수요공급을 효율화하자는 시장구조 조정정책이었다.

1974년 '중동건설특수'로 시작된 달러유입에 의한 과잉유동성은 1978년 들어 전국의 부동산가격을 날이 다르게 치솟게 했다. 서울 말죽거리에서 시작된 투기바람은 전국으로 번졌고 '복부인'이란 말도 이때 생겼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8·8부동산조치의 기본철학은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회전의 최소화,실수요 부동산의 제도적 공급 등 세 가지였다.

첫째, 경자유전의 원칙은 부동산을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만큼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농민은 농지를,근로자는 주택을,기업은 기업용지를 가져야 하는 원칙에 따라 토지거래 허가·신고제,비농민 농지취득 규제강화,1가구1주택 면세,실수요토지거래 양도소득세감면 등이 실시됐다. 둘째, 부동산은 거래를 할수록 부가가치의 생산 없이 가격만 올라간다. 상품은 가격이 점(點)에서 점으로 번지지만 부동산은 점에서 면(面)으로 번지는 속성에 따라 부동산투기는 모든 수단을 동시에 동원해 차단해야 한다. 토지거래 허가·신고제,변호사·법무사·지방공무원에 의한 매매계약체결,부동산거래관인영수증,거래당사자와 거래금액이 기재된 인감증명 등이 구상되었으나 일부만 시행됐다. 셋째, 부동산은 생산이 불가능해 공급을 시장이 아니라 정부가 제도적으로 하는 것이다. 토지개발공사를 설립하여 기업용지를 공급하고,주택공사는 주문을 받아 서민주택을 공급하고 일반주택도 계획적으로 공급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종합대책은 투기가 잡히면서 일부만 시행되거나 흐지부지되어 일관성 있게 추진되지 못한 것이 지금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