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20년간 태국에 살면서 관찰하고 직접 겪은 태국의 이모저모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소개한다. 저널리스트의 관점에서 태국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위해 정치 상황, 왕실 이야기, 사회현상, 전통문화, 한류 신드롬, 관광·음식·동물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속속들이 들여다본다. (엑스오북스, 356쪽, 1만8000원)
1955년 미국 드포대 2학년생 버논 조던은 컨티넨털 보험사에 영업 인턴직 면접을 봤다. 최종 합격했고 그해 초여름 애틀랜타 지부로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조던이 자신이 가진 가장 좋은 정장을 골라 입고 출근했을 때 관리자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유색인이란 얘기는 못 들었어요.”결국 조던은 그곳에서 일하지 못했다. 대신 전(前) 애틀랜타 시장 로버트 매덕스의 운전기사로 들어갔다. 시간이 흘러 조던은 자신의 80세 생일을 상류층 인사들의 휴양지인 마서즈 빈야드 섬에서 보냈다. 빌과 힐러리 클린턴 부부, 배우 모건 프리먼, 켄 셔놀트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최고경영자(CEO) 등이 축하해주러 왔다.지난해 세상을 떠난 조던은 유명한 민권 운동가이자 정계의 실력자였다. 수십 년 동안 여러 대통령의 ‘절친’이 되면서 뉴욕타임스로부터 ‘퍼스트 프렌드’란 별명을 얻었다. 재계 연줄도 상당해 다우존스, 제록스, 캘러웨이골프 등 9개 기업에서 이사로 일했다.조던은 어떻게 정·재계를 아우르는 엘리트 집단의 핵심 인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 마리사 킹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조직행동학 교수가 쓴 <인생을 바꾸는 관계의 힘>은 그 비결을 파헤친다. 흔히 말하는 ‘인맥 쌓는 법’에 관한 책이다. 가벼운 자기계발서는 아니다. 사회학자로 15년 넘게 사회관계망을 연구한 저자는 탄탄한 이론을 토대로 인맥을 구축하는 방법을 풀어낸다.책은 인맥이 두터운 사람을 크게 ‘마당발형’ ‘중개자형’ ‘소집가형’으로 분류한다. 마당발형은 뛰어난 사교성으로 여러 사람과 두루두루 친하다. 평균적으로 아는 사람 수가 약 600명인데, 마당발형은 6000명이 넘기도 한다. 이들은 남의 마음을 잘 읽는다. 1 대 1 교류에 능통하고 즉각적으로 유대를 맺는 법을 안다.저자는 어느 정도 유전적인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유전적 요인이 46%를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매력적인 외모와 유연한 성격을 갖고 있으면 마당발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들이 모르는 노력도 있다. 조던은 지인들의 연락처와 정보를 꼼꼼하게 기록했다. 남의 얘기를 잘 듣고, 잘 베풀었다. 많은 인맥을 관리하는 건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다.중개자형은 따로따로 떨어진 ‘인맥의 섬’을 잇는 사람이다. 각기 다른 영역에서 나오는 정보와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정보 축적만 따지면 효율적인 인맥 쌓기 유형이다. 다만 이들은 조직 부적격자 사이에서 나올 때가 많다. 정해진 승진길을 따라 출세한 사람보다 이런저런 곳을 떠돈 인물이 중개자형 인맥을 쌓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단점은 자기만의 단단한 집단이 없다 보니 공격받기 쉽다는 것이다. 갈등을 빚는 두 집단을 중재하려 할 때 ‘박쥐’ 노릇을 한다고 오해받기도 한다.소집자형은 친구의 친구까지 친하게 지내는 촘촘한 인맥망을 가진 유형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뭉치는 형태다. 강한 유대감을 갖고 있고,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한다. 다만 ‘끼리끼리’ 방식이라 다양성이 부족해질 수 있다. 좀처럼 의견 차이가 표면화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잘 유입되지 않는다.저자는 인맥이 중요하지만, 인맥 쌓기가 그 자체로 목적이 돼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의도적으로 인맥을 쌓기 위해 접근하는 사람은 오히려 반감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남에게 베푸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진심으로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석유왕 존 D 록펠러의 손자이자 체이스내셔널은행(현 JP모간체이스)을 경영했던 데이비드 록펠러는 찾아온 손님들에게 어릴 때의 발표회부터 부모님의 건강 상태에 이르기까지 시시콜콜한 인생사를 물어봤다. 이런 질문이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주거나 경계심을 풀어준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책은 직장에서 관계를 쌓으려면 화장실이나 휴게실 가까운 곳에 책상을 두라는 조언도 건넨다. 사람이 몰리고 자주 왕래하는 곳이어서다. 저자는 인맥을 쌓는 데 왕도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물리적으로 사람들과 만나야 한다.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 상대에게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특별한 비법을 기대하고 책을 든 사람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1799년 이집트 서북부에 있는 로제타에서 세 가지 언어가 새겨진 비석이 발견됐다. 맨 위쪽에는 고대 이집트 그림문자, 중간엔 알려지지 않은 글자, 아래에는 해석 가능한 고대 그리스 문자가 있었다. 학자들은 기원전 196년께 고대 이집트 왕국의 끝자락에 만들어진 비석이 똑같은 내용을 세 가지 언어로 담은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가설이 맞다면 기원전 3000년부터 시작된 고대 이집트 문명의 수수께끼도 풀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언어 전문가들은 처음에는 로제타석을 해독하는 데 보름 정도 걸릴 것으로 봤다. 그러나 곧 혼란에 빠졌고, 낙담에 빠져 자포자기했다. 결국 20년 걸려 영국인 토머스 영과 프랑스인 장프랑수아 샹폴리옹이 해독에 성공한다.<신의 기록>은 로제타석의 그림문자를 해독하는 두 언어 천재의 이야기를 담았다. 둘은 10대에 그리스어, 아라비아어 등 수많은 언어를 섭렵했다. 영이 이집트 그림문자 해독의 돌파구를 열었고, 샹폴리옹이 증명해냈다.영은 해석의 출발점을 그리스어판 곳곳에 나오는 이름에서 찾았다. 프톨레마이오스 같은 비이집트계 이름이 고대 이집트어에서는 타원체에 둘러싸인 그림문자로 적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네모, 동그라미 같은 도형과 사자, 고양이 같은 그림이 섞인 그림 문자들은 일부는 뜻을 가지고 있고 일부는 발음만 품고 있다는 사실도 추측해냈다.샹폴리옹은 람세스와 같은 순수 이집트 이름을 해독해냈다. 고대 이집트어의 직계 후손인 콥트어를 매개로 수많은 단어를 해석해냈다. 저자는 로제타석 발견 당시의 정치적 맥락, 이집트 문화 등도 함께 전하며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국내 자본시장과 산업계에서 이제 사모펀드(PEF)들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크고 작은 기업 인수합병(M&A) 중 PEF가 등장하지 않는 거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PEF들이 어떻게 투자하고, 또 이들의 투자 활동이 개인 투자자나 일반 국민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사모펀드와 M&A 트렌드 2023>은 이런 궁금증을 실제 PEF에 투자했던 사례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투자업계 큰손인 새마을금고 기업금융팀과 M&A 이후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전문으로 하는 컨설팅업체 룩센트 미래경영연구소가 저자로 참여했다.책은 지난해와 올해 주요 PEF 투자 건을 총망라한다. 특히 새마을금고가 참여한 한화솔루션 폴리염화비닐 사업부 지분 투자, 반도체 테스트 부품업체 위너에코텍 인수 등의 사례를 자세히 설명한다. 이를 통해 기관투자가들이 반도체, 배터리, 소재 등의 산업을 왜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좋은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에 접근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또 올 한 해 주목할 만한 M&A 거래를 이끈 PEF 대표 매니저와 기업 실무자들이 인터뷰를 통해 투자 배경과 향후 성장 전략 등을 생생하게 전달한다.저자들은 내년에 주목할 만한 투자 키워드로 반도체, 디지털 대전환, MZ세대, 테크 플랫폼, 수소에너지 등을 꼽았다.책의 대표 저자인 최우석 새마을금고 기업금융팀장은 올해 초 저서 <1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을 내놓는 등 PEF 생태계를 일반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토종 PEF 센트로이드와 함께 지난해 글로벌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