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투자는 수요와 공급의 지루한 심리 게임입니다.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시간과의 싸움에서 집니다. 너무 빠른 시기에 매도를 선택하든지, 기다리다 지쳐 팔고 나면 가격이 오릅니다. 너무 빨라도 안 되고 너무 늦으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어깨에 사서 무릎에서 팔라는 주식시장의 격언은 시간과의 싸움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머리에서 사서 발에서 팔라고 말하겠지요.

주식시장에서 시간과의 싸움에 이기는 방법 중 하나는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겁니다.투자 시점을 분산하면 시간이 고려 대상에서 사라지니 상품에 집중하게 됩니다. 상품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임을 모두 알지만 극소수의 투자자들만 이렇게 행동합니다. 그러다 보니 적립식이라는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겁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인데, 2017년에 투자한 상품과 2021년에 투자한 상품의 수익률은 다릅니다. 상품도 중요하지만 타이밍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자꾸 시간에 관심이 가고 상품보다는 타이밍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런 박약한 의지를 북돋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시간을 이기는 부동산투자는 쉽지 않습니다. 주식과 다르게 부동산투자는 한 번에 목돈이 들어가기도 하고 매도 타이밍이 수익률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언제 사고 언제 팔지를 신경 쓰지 말라는 것은 투자를 하지 말라는 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도 방법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적립식 주식투자와 마찬가지로 강제적으로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겁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현재 아파트는 임대사업자 등록이 되지 않는데 새 정부 들어 규제 완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함으로 그 기간 동안 답답하겠지만 시간을 이길 수 있습니다. 당분간 주택을 팔 수 없다는 가정 하에 어떤 주택을 매입하려면 정말 많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좋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소 10년 앞을 내다보고 부동산시장을 예측해야 합니다. 상품에 대한 자신도 확보해야 하지만, 시장에 대한 확신도 있어야 합니다. 바람직한 투자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을 이기는' 부동산 투자 방법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두 번째는 어느 정도는 월세가 잘 나오는 상품을 선택하는 겁니다. 과거와 다르게 최근에는 월세 받는 부동산과 전세 받아 시세차익을 내는 부동산 간 구분이 비교적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5월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월세의 비중은 60%에 가깝습니다. 부동산 투자수익은 운영수익과 자본수익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운영수익은 월세와 같이 매달 일정한 금액이 유입되는 현금흐름입니다. 자본수익은 팔 때 발생하는 시세차익입니다. 세법에서 양도차익이라고 말하는 그것입니다. 투자수익은 이 두 가지가 더해져 발생합니다. 과거에는 월세 받는 아파트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식의 구분은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차계약이 바뀌고 있어 이런 아파트들이 더 이상 희소하지 않습니다.

부동산 투자를 해보면 월세가 잘 나오는 부동산은 시세차익이 많이 나지 않습니다. 시세차익이 괜찮은 부동산은 월세가 시원찮습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월세가 잘 나오는 상품은 시세차익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시세차익의 고민에서 해결되면 언제 팔아야하고 어느 시점에서 매입해야 하는지의 굴레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완벽히는 아니지만 월세가 잘 나오는 지역과 상품에 집중하게 됩니다. 시세차익은 덤이라는 새로운 투자인식으로 무장하면 오롯이 상품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선진국의 주식투자자들은 대부분 배당에 집중합니다. 배당을 잘 주는 기업의 주식을 좋은 상품으로 판단합니다. 배당이란 매달 받는 월세를 특정 기간 동안 모아놓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얻는 시세차익은 덤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부동산투자자들도 이제는 이런 선진국 주식투자자와 마찬가지의 투자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간을 이기는 투자는 기본적으로는 상품에 집중하는 투자방식입니다. 상품에 집중하게 되면 잘 맞지도 않는 부동산시장의 예측은 무시해도 됩니다. 사실 부동산시장이 오르고 내리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너무 많은 변수에 좌우되기 때문에 이를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불가능한 일에 매달려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좋은 상품을 고르는데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한 투자자의 자세입니다. 이제 부동산투자자들도 시간을 이기는 투자를 고려할 때입니다. '고령화'와 '저성장'은 필히 임대사업자를 늘리고 월세 받는 상품을 부각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