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배달 영업을 하는 공유주방의 모습. 사진=고스트키친
음식 배달 영업을 하는 공유주방의 모습. 사진=고스트키친
최근 국내에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외국과 같은 공유주방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공유주방은 식품 조리에 필요한 시설과 기구를 여러 영업자가 함께 사용하는 새로운 업종입니다. 음식점 창업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고 있고, 운영업체와 협의하면 하나의 주방을 주야간으로 구분해 2개 업체가 번갈아 사용하는 식으로 필요한 시간만 대여할 수 있습니다.

초기 자본금 부담이 적고 공유주방 업체들의 메뉴 공동개발, 브랜드 공동개발, 음식배달앱 주문 자동화 등 다양한 지원이 제공됩니다. 목돈이 없는 청년 음식점 창업인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음식점을 운영하다 어려워진 소상공인에게도 큰 부담 없이 재창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좋은 모델입니다. 그런데 음식점 창업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공유주방을 수도권이나 광역시 공공임대주택의 부대시설로 마련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얼마 전 서울시는 '고품질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혁신적인 주거 공간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전용 60㎡ 이상 중형 면적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이고 피트니스센터, 최상층 라운지, 옥상정원, 펫 파크 등과 같은 커뮤니티 시설도 도입해 임대주택을 고급화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러한 임대주택의 주 수요층은 청년이나 신혼부부이기에 이들에게 도움이 될 시설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 가운데 '대부분의 음식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다'는 비중이 40% 내외에 그친 결과가 있었습니다. 외식과 배달 음식을 즐기고, 집에서 요리하더라도 '가정간편식(HMR)'을 이용하는 경우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습니다.
공유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모습. 사진=위쿡
공유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모습. 사진=위쿡
사회생활을 하는 청년들이 매일 장을 보고 직접 음식을 해 먹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맞벌이하는 신혼부부도 마찬가지일 것이고요. 퇴근한 뒤 시간이 부족하거니와 1~2명 먹을 분량만 만들다 보니 경제성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먹을 것보다 많은 양의 음식 재료를 사게 되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음식을 사 먹는 것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음식 가격이 매우 올랐고 치솟은 배달료는 사회문제가 될 정도이니 말입니다.

공공임대주택의 부대시설로 공유주방을 유치하면 이러한 문제를 겪는 입주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동시에 자영업자와 상생하는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임대주택 저층부에 공유주방을 유치하면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청년, 신혼부부들은 음식을 주문하고 배달료 등의 부담 없이 직접 찾아서 방이나 옥상정원 등에서 식사를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공유주방은 입주자라는 고정적인 고객층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변 아파트 단지나 오피스 등에 지속해서 배달 영업해 매출과 수익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런 공유주방은 청년 창업자나 기존에 음식점을 운영하다 폐업한 중장년층이 우선 입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든다면 청년들은 창업에 대한 부담을 덜고 기존 자영업을 하시던 분들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강남역 인근에는 공유형 오피스의 지하 1층에 공유주방이 입점한 사례가 있습니다. 오피스 이용자들은 지하 공유주방 매장에서 점심·저녁 식사를 하고, 공유주방 업체들은 인근 오피스나 오피스텔, 아파트 등에 배달하고 있죠.

수도권이나 지방 대도시에 추진되는 공공임대주택에도 이런 공유경제가 정착되면 입주자는 보다 편리한 생활이 가능하고 창업자는 보다 안정된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될 겁니다. 공공임대주택에 '공유주방' 입점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건 어떨까요.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