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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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가며 배운 3가지

군대에서 다쳐 수술한 무릎이 갈수록 상태가 안좋다. 몇 년 전 병원에서 빠른 시일내 인공 관절 수술을 권했는데, 최소 2주 입원과 2개월 재활 기간이 필요하다는 말에 차일피일 미룬 것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2개월 동안 일상에서 벗어나 누워 있거나 목발을 짚고 다니는 것이 싫었고, 2개월 동안 일에서 멀어지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 다소 절름거리는 나를 본 지인이 군에서 다쳤으면 보훈 장애 진단서를 제출하면 심사한다고 해서 병원을 찾았다.

전국 47곳의 3차 병원에서만 국가 보훈 장애진단서를 발행한다. 일산 소재 병원은 해당되지
않아 인천에 있는 성모병원을 향하면서 진단 보다 소중한 3가지 교훈을 배웠다.

첫째, 이루고자 하는 목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대곡역에서 부평으로 가는 지하철을 기다리다 시간 여유가 있어 대기실에서 지인과 전화를 했다. 만날 시간을 정하기 위해 날짜와 장소를 확인하는데 몰입하여 지하철이 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에스컬레이터로 승객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급히 내려갔으나 지하철은 떠났다.
10분 넘게 기다리면서 무엇이 중요하다면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옳음을 배우게 되었다.
동시에 2가지 일을 하는 것,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요한 한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옳음을 알았지만 실천하지 못했다.

둘째, 삶은 배움의 연속이다. 병원에 도착해 정형외과를 찾는데 쉽지 않다. 묻고 물어 찾았는데, CD를 등록하라고 한다. 등록할 CD도 없고 무엇을 등록하는 것이냐 물으니 이전 병원에서 X-RAY 등 촬영한 CD를 말한다. 없다고 하니 소견서가 있냐고 한다. 3차 병원은 이전 병원의 소견서가 필요하고 없으면 의료보험 혜택이 되지 않음을 알았다.
어르신이 CD를 등록하는데 힘들어 하신다. 안내판에 예약번호를 입력하라고 하는데 예약 번호가 뭔지 모르신다. 안내 데스크에 문의하니 카톡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어르신에게 카톡으로 성모병원에서 보낸 메일 있냐고 하니 카톡이 무엇이냐고 한다. 도움에 한계를 느껴 안내 데스크 담당자에게 어르신의 상황을 말씀드리고 접수를 부탁했다. 수납 등 모든 일이 직접 등록하며 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 인간이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셋째, 일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사전 확인하고 지참해야 한다. “국가 보훈 장애 진단서’라는
명칭과 지금까지 치료 받은 모든 자료를 의사가 요청한다. 지금 상태는 있지도 않는 골절이 노화돼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뼈들이 맞닿아 통증 뿐 아니라 걷는데 지장이 있을 것이라며 분위기를 가라앉게 한다. 의사는 X-RAY 결과만 보면 심각한 상황인데, 군에서 다친 영향인지 노화 현상인지 판단이 어렵다고 그 동안의 자료를 요청한다.
보훈부의 자료, 몇 년 전 병원의 진단, 최근 X-RAY 등을 가져갔으면 답변이 가능했을 텐데 준비를 생각도 하지 못했다. 병원에 오기 전,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물어 봤어야 한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얻기 위해 준비해야할 것을 완벽하게 갖추는 것은 기본인데 이것을 잊었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사전에 생각하고 노력하면 따라가지 않을까?

지난 일을 돌아보며 후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자신은 완벽하기 때문에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사람도 없다. 과거 자신이 했던 경험이나 교훈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어떤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사실 많은 일들이 생각한 바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특수한 상황이 발생해 운 좋게 일이 해결되거나 성과를 창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계획한 바대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계획 이상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 계획한 바대로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진행하면서 생각하면 곤란하다. 진행하기 전 흐름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사전 준비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한다. 무엇을 준비하고 실행하는가에 따라 결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지만, 왜 이렇게 하지 않을까?

할 일을 체계화하고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가장 먼저 할 것은 매일 우선순위 6가지를 정해 실천하는 일이다.
하루를 보다 의미 있고 성과 있게 살아가기 위해 매일 우선순위 6가지 해야 할 것을 정해 실천하면 어떨까? 가장 중요한 일을 가장 효율이 높은 시간대에 배치하고, 그 시간 앞뒤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거나 시작되도록 한다.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 선제적 준비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그 앞단에서 준비한다. 우선순위는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전 생각과 준비를 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이를 습관화하면 성과는 따라오지 않을까?
두번째, 방해 요인과 미루는 요인을 제거한다. 집중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업무 집중 시간’이란 팻말을 정면에서 보이도록 붙였다. 스마트폰은 진동으로 했고, 상사의 요청이 없도록 매일 출근과 동시에 우선순위 일과 업무 집중 시간을 통보했다.
미루는 버릇이 없게 하기 위해 ‘하나, 둘, 셋을 세고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매우 유익한 방법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배운 인생의 가장 큰 지혜가 하나 있다. 바로 실천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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