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임차인 갱신요구 거절 후 주택 매도한 임대인의 배상책임
실거주의사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실거주할 것처럼 거짓말하면서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을 거절하고 임차인 명도 후에 실거주하지 않은 채 타인에게 매각해버린 임대인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최근 선고되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 3 제5항, 제6항에는 실거주의사 없이 임차인의 갱신요구를 거절한 후 이를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의 손해배상책임만을 정하고 있어, 임대가 아니라 매도한 경우에 배상책임이 있는지 실무상 논란이 있었다. 이번 판결은, 매도한 경우에도 책임이 있다는 점과 그 책임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한 점에 의의가 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2. 14. 선고 2022가단5113218 [손해배상(기)] 판결

1. 인정사실
가. 원고들은 2019. 12. 16. 피고와 사이에 서울 00구 00동 000 아파트 00동 000호(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 임대차보증금은 1,240,000,000원, 임대차기간은 2019. 12. 28.부터 2021. 12. 27.까지로 정하여 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들은 원고 한00의 아내이자 원고 구00의 며느리인 000을 통하여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기간만료일로부터 약 2개월 전인 2021. 10. 25. 피고 측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청하였고, 이에 피고 측은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실제로 거주할 것’이라는 이유로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다. 원고들은 2021. 11. 4. 이00과 사이에 서울 00구 00동 000아파트 ##동 ##호(이하, ‘신규 임차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 임대차보증금은 1,300,000,000원, 월 차임은 1,500,000원, 임대차기간은 2021. 12. 27.부터 2023. 12. 26.까지로 정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2021. 12. 27. 이 사건 부동산에서 신규 임차 부동산으로 이사하였으며, 신규 임차 부동산에 관한 임대차계약 체결을 위한 중개수수료로 5,800,000원을 지급하고, 이사 비용으로 2,810,000원을 지급하였다.

라. 피고는 실제로 이 사건 부동산에 거주하지 아니하였고, 2021. 12. 17. 김&&, 서&&과 사이에 매매대금을 3,670,000,000원으로 정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22. 2. 16. 김&&, 서&&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2. 판 단
가. 관련 법령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계약갱신 요구 등)
① 제6조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은 임차인이 제6조제1항 전단의 기간 이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8.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을 포함한다)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⑤ 임대인이 제1항 제8호의 사유로 갱신을 거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갱신요구가 거절되지 아니하였더라면 갱신되었을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한 경우 임대인은 갱신거절로 인하여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⑥ 제5항에 따른 손해배상액은 거절 당시 당사자 간에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다음 각 호의 금액 중 큰 금액으로 한다.
1. 갱신거절 당시 월차임(차임 외에 보증금이 있는 경우에는 그 보증금을 제7조의2 각 호 중 낮은 비율에 따라 월 단위의 차임으로 전환한 금액을 포함한다. 이하 "환산월차임"이라 한다)의 3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
2.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하여 얻은 환산월차임과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 간 차액의 2년분에 해당하는 금액
3. 제1항 제8호의 사유로 인한 갱신거절로 인하여 임차인이 입은 손해액

나. 판단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앞서 본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에 실제로 거주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기간이 만료되기 이전에 새로운 매수인들과 사이에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한 것이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 갱신 거절 당시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에 실제 거주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거주할 것이라는 사유로 계약갱신 요구 거절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점이 충분히 인정되는 점을 알 수 있고, 한편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면 임대인은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데, 위와 같은 사유는 그 사유 자체가 아직 발생하지 아니한 장래의 사태에 관한 임대인의 주관적 의도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고, 임차인 측에서 그 사유 발생 여부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 사정이 있어 이를 제한 없이 인정한다면 위 사유로 인한 갱신 거절이 남용되어 사실상 계약갱신요구권의 의미가 퇴색할 우려가 있는 점,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⑤항에서는 ‘임대인이 실제 거주의 사유로 갱신을 거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한 경우 임대인은 갱신거절로 인하여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제⑥항에서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규정은 ‘실제 거주의 사유로 갱신을 거절한 임대인이 실제로 거주하지 않고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한 경우’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고, ‘실제 거주의 사유로 갱신을 거절한 임대인이 실제로 거주하지 않고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매도한 경우’의 임대인의 행위는 ‘임대인은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①항을 위반한 행위로 보기에 충분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의 행위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①항을 위반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거절함으로써 원고들의 계약갱신청구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를 제3자에게 임대한 것이 아니라 매매한 것이므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⑤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실제 거주할 의사 없이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거절함으로써 제6조의3 제①항을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이상 제3자에게 임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위 책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갱신요구 제도의 입법과정에서 실거주의사 없이 갱신요구를 거절한 임대인에 대한 배상책임을 굳이 타인에게 “임대”한 경우만으로 규정한 것은 입법미비가 아닌가하는 의문이 있었고, 이 때문에 실무상으로도 오해가 적지 않았는데, 이번 판결은 “매도”할 경우의 배상책임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에 직접 규정되어있지 않더라도 실거주의사 없이 갱신요구를 거절하는 그 자체가 불법행위이고,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한편, 위 판결은 배상액수 인정에 있어서도 눈여겨 볼 점이 있다. 관련 판결내용은 다음과 같다.

(2)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중개수수료 및 이사비
피고의 갱신거절에 따라 원고들이 이 사건 부동산에서 신규 임차 부동산으로 이사하게 되면서 원고들이 중개수수료 5,800,000원과 이사비 2,810,000원을 지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는 피고의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나) 신규 임대차계약 관련 손해
이 외에도 원고들은 신규 임차 부동산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추가로 부담하게 된 월 차임의 합계인 36,000,000원(월 1,500,000원 × 24개월)과 추가로 부담하게 된 임대차보증금 차액 60,000,000원(1,300,000,000원 – 1,240,000,000원)의 2년간 이자 상당 금액인 3,300,000원의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한다.


살피건대, 이 부분 손해는 원고들이 신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된 손해로서 사안의 성질상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서는 월 차임 약정이 없었으나 신규 임대차계약에서는 임대차보증금의 액수는 이전과 거의 동일하나 월 1,500,000원 차임의 약정이 발생하였으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갱신이 거절됨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가 적지 아니할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들이 신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 등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민사소송법 제202조의 2에 의하여 신규 임대차계약 체결과 관련된 원고들의 손해액을 20,000,000원으로 인정한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4,305,000원 {(5,800,000원 + 2,810,000원 + 20,000,000원) ÷ 2}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들이 구하는 2021. 12. 28.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사건 판결선고일인 2022. 12. 14.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매도에 대한 손해배상은 민사상 일반 불법행위책임에 불과하다보니, (동법 제6조의 3 제6항에서 정한 3가지 중 최고액을 정한) 임대라는 불법행위에 비해 배상액수가 미흡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위 사건의 경우 기존 임대차가 보증금 12억4천만원, 신규임대차가 보증금 13억원, 월차임 150만원(환산보증금 14억5천만원), 매매대금 36억7천만원이지만, 인정된 배상액수는 불과 2800여만원에 불과했다. 이 금액마저도, 임대한 경우와의 형평성, 최근 급락한 아파트시세에 비추어 이 사건 임차인명도를 통해 시기적으로 매우 높은 금액에 매도된 점 등을 감안한 법원의 배려 덕분으로 보여진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중개수수료 및 이사비 인정 부분이다. 법원은, ‘피고의 갱신거절에 따라 원고들이 이 사건 부동산에서 신규 임차 부동산으로 이사하게 되면서 원고들이 중개수수료 5,800,000원과 이사비 2,810,000원을 지출한 것은, 피고의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지만, 실무상으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배상책임판단에 있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차액설” 즉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있을 상태와 불법행위가 있음으로 인하여 발생한 상태와의 차이를 배상책임 범위로 볼 때, 이 사건 불법행위 즉 부당한 갱신거절행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2년 더 거주한 후 결국은 다른 곳으로 이사할 수 밖에 없어, 이사비와 중개수수료는 결국 지출할 수 밖에 없다. 결국, 2년 후에 지출할 것을 미리 지출한 것에 불과한 셈인데, 이를 상당인과관계있는 손해로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신규 임대차계약 관련 손해 역시도 기존 임대차목적물과 신규 임대차목적물이 같은 조건일 수 없다는 점에서 단순히 신규 임대차조건이 기존보다 더 비싸다고 하여 이를 그대로 손해로 보기는 곤란하다. 게다가, 보증금 차액 60,000,000원(1,300,000,000원 – 1,240,000,000원)의 2년간 이자 상당 금액인 3,300,000원의 손해배상금 청구 역시도 실무상 인정되는 적절한 배상금액이라고 할 수 없다. 법원 역시 그 점을 감안하여, 배상액수에 대한 입증책임 미비로 청구를 기각하는 대신 민사소송법 202조의 2에 따라 2천만원으로 인정한 것이다.

★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손해배상 액수의 산정)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에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의하여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현행법하에서 합리적 균형을 찾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서, 동시에 현행법의 불비를 시사한 점에도 의미가 있다. 조속한 법개정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최광석 로티스 최광석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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