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로 살던 집이 경매 등으로 다른 사람에게 매각되어도 전세금중 일정액을 최우선으로 변제받을 수 있는 소액임차인의 범위와 최우선변제액 확대를 주요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8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됐다. 이 시행령 개정안은 8월 21일 관보게재(공포)와 동시에 시행된다.
개정령에 따르면 주택 소액임차인의 전세보증금 범위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은 4천만원 이하에서 6천만원 이하로, 광역시는 3천5백만원 이하에서 5천만원 이하로, 기타 지역은 3천만원 이하에서 4천만원 이하로 확대된다.
소액임차인 적용범위 확대와 더불어 최우선변제 한도액을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은 1천6백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광역시는 1천4백만원에서 1천7백만원으로, 기타 지역은 1천2백만원에서 1천4백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소액임차인의 범위 및 최우선변제액 한도는 2001년 9월 15일을 기준으로 시행된 것으로 이후 주택가격 상승과 더불어 전세가 상승이 큰 폭으로 이루어져 당시 기준을 적용하기에는 임차인 보호에 미흡하다는 판단이 이번 개정안에서 소액임차인 범위를 상향 조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개정령에 의하면 2008년 8월 21일을 기준으로 설정된 담보물권의 유무에 따라 소액임차인 보호 여부가 결정되게 된다. 예컨대 서울 소재 어떤 주택의 권리 및 임대차관계가 ① 2007.08.08 A은행 근저당, ② 2008.08.21 B은행 근저당, ③ 2008.08.25 임차인(6천만원) 전입 순으로 설정되어 있다고 하자.
이 사례에서 개정전의 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의하면 위 임차인은 소액임차인에 해당하지 않아 A은행이나 B은행에 앞서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시행령이 개정되어 2008년 8월 21일부터 소액임차인 적용 보증금이 6천만원으로 확대되었으므로 임차인은 A은행에 대해서는 최우선변제를 주장할 수 없지만 - A은행 근저당 설정일을 기준으로 할 때의 소액보증금 범위는 4천만원이기 때문에 - B은행에 앞서 2천만원의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의한 소액보증금 확대는 필연 어느 한쪽에게는 득이 되고 다른 한 쪽에게는 실이 되는 양면성을 보이기 마련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해관계인들의 득실을 따져보기로 한다.
주택소유자
소액임차인으로 보호받는 보증금 범위가 확대됨으로써 소형주택에 대한 임대차가 다소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다가구주택이나 원룸주택 소유자들은 전세보증금의 일시적 인상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간 전세보증금을 4천만원으로 억지 꿰맞추려 했던 임차인과 소유자간의 줄다리기 역시 다소 해소될 수 있는 - 물론 이제는 6천만원을 기준으로 하는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겠지만 소형주택에 대한 임차인 상당수가 소액임차인으로서 보호를 받게 됐다는 의미에서- 기반도 어느 정도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다.
투자자(or 낙찰자)
신규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경매를 통해 낙찰받고자 하는 경우 자금계획을 보다 더 철저히 세우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금융기관 담보대출시 기존에는 수도권 소재 공동주택의 경우 대출상한액에서 최우선변제액 1천6백만원만을 공제하면 됐으나, 이제는 2천만원을 공제하기 때문에 실제 대출액이 적어지게 되는 만큼 매수인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특히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은 공동주택과 달리 금융기관에 따라 전입된 가구수 또는 방 개수마다 2천만원을 공제하므로 부담이 더욱 크다. 예컨대, 전입된 가구수가 10가구가 있는 어느 다가구주택을 5억원에 매입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주택의 대출한도액을 시가의 60%인 3억원이라고 할 때 실제 대출액은 기존에는 1억6천만원(1천6백만원 x 10가구)을 공제한 1억4천만원이었지만, 이제는 2억원(2천만원 x 10가구)을 공제한 1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매수인에게 4천만원이라는 자금의 부담이 더 있게 되는 셈이다.
임차인에 대한 명도는 다소 수월해질 것 같다. 현재는 보증금 2천만원에 거주하고 있는 소액임차인의 경우 최우선변제액이 1천6백만원이지만, 앞으로는 2천만원 전액이 우선변제되기 때문이다. 또한 4천만원 초과~6천만원 이하의 임차인은 근저당보다 후순위이거나 확정일자가 없는 경우 보호받을 방법이 없었으나 이 경우에도 2천만원이 최우선변제되어 낙찰자의 명도부담이 다소 완화된다고 볼 수 있다.
임차인
주택임대차보호법 제정 취지로 보나 관련 법조문으로 보나 임차인, 특히 소액임차인이 본 법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볼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7년 가까이 4천만원 이하로 한정되었던 소액임차인의 보증금 범위가 6천만원 이하로 상향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소액임차인이라 해도 최우선변제가 무조건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유사시 최우선변제를 받기 위해서는 법원이 정한 배당요구종기내에 배당요구를 하여야 하고, 최우선변제액 외 나머지 보증금까지 배당받으려면 반드시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대출기관(금융기관)
소액보증금 범위가 상향될 때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바로 금융기관일 것이다. 담보대출액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담보대출액 축소는 소액임차인이 대항요건(전입+입주)을 금융기관의 근저당보다 뒤늦게 갖추어도 소액보증금 중 일정액을 최우선변제 받을 수 있다는 데에서 비롯된다.
이 같은 이유로 대출기관은 유사시를 대비해 1가구가 전입되어 있는 아파트나 연립주택 및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을 담보로 하는 대출은 대출한도액에서 2천만원을 공제하고 대출을 일으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 또는 원룸주택의 경우에는 가구수가 적게는 3가구에서 많게는 십수가구에 달하기 때문에 위험성을 고려하여 금융기관마다 가구수 기준으로 또는 가구수에 상관없이 전체 방 개수를 기준으로 1가구당 또는 방 1개당 2천만원을 공제하게 된다. 거주하는 세대수가 많을수록 또는 방 개수가 많을수록 담보대출액이 적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와 관련하여 금융기관이 무척이나 긴장해야 할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최우선변제액을 노리고 위장전입하는 가장임차인들이 더욱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점이다. 현행법제하에서도 공동주택은 물론이고 단독, 다가구주택에 실제 거주하지 않거나 임대차계약 없이 거주하면서도 임대차계약서를 허위로 꾸미고 버젓이 소액임차인으로 신고를 하는 사례가 다반사다.
하물며 소액임차인 범위가 확대되고 최우선적으로 보호받는 일정액 한도도 2천만원으로 늘어났으니 가장임차인 역시 얼마나 활개를 치게 될까? 소액임차인이라는 입증보다는 소액임차인이 아니라는 입증이 더 어렵고 그 후자의 입증책임 또한 소액임차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자(대부분 대출기관일 것임.)가 부담한다는 점에서 대출기관(금융기관)의 더욱 더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고 할 것이다.
*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경우에는 상가임차인 보호대상 보증금(환산보증금 기준) 범위만 서울은 2억4천만원 이하에서 2억6천만원 이하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은 1억9천만원 이하에서 2억1천만원 이하로, 광역시는 1억5천만원 이하에서 1억6천만원 이하로, 기타 지역의 경우 1억4천만원 이하에서 1억5천만원 이하로 상향 조정됐을 뿐 소액임차인의 보증금 범위와 최우선변제액은 종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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