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분양받을 권리, 즉 분양권에 대한 권리확보차원에서 분양권 내지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해 처분금지가처분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가처분을 다른 사람 보다 선순위로 해두면 해당 분양권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를 확보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이런 생각은, 부동산 자체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과 부동산에 대한 이전등기를 받을 권리 즉 채권에 대한 가처분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자체에 대한 처분금지 가처분등기가 마쳐진 후에 가처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아 확정되면 그 피보전권리의 범위 내에서는 그 가처분에 저촉되는 처분행위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는데, 이 때 그 처분행위가 가처분에 저촉되는 것인지의 여부는 그 처분행위에 따른 등기와 가처분등기의 선후에 의하여 정해지기 때문에(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0다65802,65819 판결), 결국 가처분등기 이후의 다른 처분행위보다 우선하는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자체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이 아니라 부동산에 관한 이전등기를 받을 권리에 대한 가처분은 채권에 대한 가처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예를들어, 甲이 乙로부터, 시행사 丙인 아파트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넘겨받기로 하고서 이를 보전하는 방법으로, 乙을 채무자 丙을 제3채무자로 하여, “채무자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양도하거나 기타 일체의 처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3채무자는 채무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처분금지가처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에 乙의 채권자가 동일한 이전등기청구권에 가압류를 하는 등의 조치를 했을 때, 가처분이 먼저 이루어졌다는 것을 이유로 가압류의 효력을 부인하거나 가압류 보다 우선하는 효력이 인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0다51216 판결). 결국, 비록 가처분 이후에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 가압류는 가처분채권자와 사이의 관계에서도 유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자체가 아니라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처분을 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① 이런 가처분은 채무자로 하여금 이전등기청구권을 임의로 처분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도의 효력만 있을 뿐이지, 다른 채권자와의 관계에서 우선권을 가질 수 있는 효력은 없으며, ② 다른 채권자가 이전등기나 분양권명의변경을 주장할 때 가처분해제를 조건으로 하는 이전등기나 명의변경판결이 선고될 수 밖에 없게 되는 등 다른 채권자의 독점적인 만족을 방지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하는 정도의 효력이 있는 것이다.
이해가 어려울 수 있으니 사례를 들어보기로 한다(수원지방법원 1996. 10. 2. 선고 96나5022 판결사례를 정리한 것임).
甲은 배우자인 乙과 이혼하면서 분양회사 丙으로부터 乙이 분양받은 아파트분양권을 재산분할 명목으로 증여받은 후, 乙을 채무자, 丙을 제3채무자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을 했다. 그런데, 그후 이렇게 가처분이 된 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해서 丁이라는 사람이 乙에 대하여 가지는 금전채권을 근거로 채권가압류를 하게 되었고, 그 때문에 甲은 분양회사인 丙으로부터 甲 앞으로의 이전등기를 거부당하게 되었다.
이 경우, 甲은 乙이 丙에 대하여 가지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대위하여 丙을 피고로 하는 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이 때 판결은, “丙은 丁의 가압류가 해제되는 조건으로 甲에게 이전등기하라”고 선고될 수밖에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乙이 丙에 대하여 가지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해 丁이 가압류를 하고 있는 한 이 가압류를 해제하는 조건으로 이전등기판결이 선고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丁이 가압류하기 이전에 甲이 가처분을 해두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한 가처분이 가압류보다 먼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가압류보다 우선하는 효력이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분양권 내지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의 효력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먼저 해 두면 절대적이고 배타적인 효력이 있다’는 세간의 믿음은 분명히 잘못된 것임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거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상-

■ 대법원 1999. 2. 9. 선고 98다42615 판결 【소유권이전등기】
[1]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한 압류나 가압류는 채권에 대한 것이지 등기청구권의 목적물인 부동산에 대한 것이 아니고, 채무자와 제3채무자에게 그 결정을 송달하는 외에 현행법상 등기부에 이를 공시하는 방법이 없는 것으로서, 당해 채권자와 채무자 및 제3채무자 사이에만 효력이 있을 뿐 압류나 가압류와 관계가 없는 제3자에 대하여는 압류나 가압류의 처분금지적 효력을 주장할 수 없게 되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압류나 가압류는 청구권의 목적물인 부동산 자체의 처분을 금지하는 대물적 효력은 없고, 또한 채권에 대한 가압류가 있더라도 이는 채무자가 제3채무자로부터 현실로 급부를 추심하는 것만을 금지하는 것이므로 채무자는 제3채무자를 상대로 그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법원은 가압류가 되어 있음을 이유로 이를 배척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소유권이전등기를 명하는 판결은 의사의 진술을 명하는 판결로서 이것이 확정되면 채무자는 일방적으로 이전등기를 신청할 수 있고 제3채무자는 이를 저지할 방법이 없게 되므로 위와 같이 볼 수는 없고 이와 같은 경우에는 가압류의 해제를 조건으로 하지 않는 한 법원은 이를 인용하여서는 안되는 것이며, 가처분이 있는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로 그 가처분의 해제를 조건으로 하여야만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명할 수 있다.
[2]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한 가압류가 있기 전에 가처분이 있었다고 하여도 가처분이 뒤에 이루어진 가압류에 우선하는 효력이 없으므로 가압류는 가처분채권자의 관계에서도 유효하다.

■ 수원지방법원 1996. 10. 2. 선고 96나5022 판결 【소유권이전등기】
【전 문】
【원고, 항 소 인】 甲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00)
【피고, 피항소인】 丙
【보조참가인】 丁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00)
【변론종결】 1996. 9. 4.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1996. 5. 2. 선고 95가단17815 판결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원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심 공동피고 乙에게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에 관하여 1992. 5. 14.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
【이 유】
1. 소유권이전등기의무
갑 제1호증 내지 제5호증의 각 기재와 원심증인 유00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1995. 5. 12. 원심 공동피고 乙과 이혼하면서 이혼위자료, 재산분할 및 자녀양육비 등 명목으로 위 乙이 1992. 5. 14. 피고 회사(당시 상호는 00주식회사였으나 1995. 2. 25. 상호를 변경하였다)로부터 분양대금 70,847,000원에 분양받아 그때까지 계약금과 중도금 등으로 합계금 56,170,000원을 납입한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에 대한 분양청구권을 증여받아 그후 피고 회사에게 이 사건 아파트의 분양잔대금 14,677,000원을 납입한 사실(1995. 10. 13. 피고 회사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졌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으므로, 피고 회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乙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위 乙의 피고 회사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대위하여 행사하는 원고에게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등의 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 회사 및 피고 보조참가인은 이에 대하여, 피고 보조참가인이 위 乙에 대한 물품대금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1995. 5. 29. 위 乙의 피고 회사에 대한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압류해 놓은 상태이므로 원고의 청구에 응하여 위 乙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을 제1호증의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보조참가인이 위 乙에 대한 금 127,302,200원의 물품대금채권이 있음을 주장하며 서울지방법원 95카단63595호로 위 乙을 채무자, 피고 회사를 제3채무자로 하여 위 乙의 피고 회사에 대한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가압류신청을 하고 같은 법원이 1995. 5. 29.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압류한다. 제3채무자는 채무자에게 위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의 가압류 결정을 하고, 그 무렵 위 결정정본이 피고 회사에 송달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는바, 살피건대, 소유권이전등기를 명하는 판결을 의사의 진술을 명하는 판결로서 이것이 확정되면 채무자는 일방적으로 이전등기를 신청할 수 있고 제3채무자는 이를 저지할 방법이 없으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한 가압류가 되어 있는 경우에는 가압류의 해제를 조건으로 하지 아니하는 한 이를 인용하여서는 아니된다 할 것이므로( 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다4680 판결 참조) 원고가 위 乙을 대위하여 구하는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피고 보조참가인에 의하여 가압류되어 있는 이상 피고 회사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없어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 보조참가인이 위 가압류를 하기 전인 1995. 5. 18. 원고가 위 乙의 피고 회사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관하여 이미 가처분결정을 얻은 바 있으므로 피고 회사는 위 가압류결정에 우선하는 가처분권자인 원고의 이 사건 청구에 응하여 위 乙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여야 한다고 재항변하므로 살피건대, 원고가 위 乙에 대한 1995. 5. 12.자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서울지방법원 95카합2954호로 채무자를 위 乙, 제3채무자를 피고 회사로 하여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하여 같은 법원이 1995. 5. 18. "채무자는 제3채무자에 대하여 가지는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양도하거나 기타 일체의 처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제3채무자는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하여 채무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의 가처분결정을 하고 그 무렵 위 결정정본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위와 같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한 가압류가 있기 전에 그 이전등기청구권의 처분을 금지하는 가처분결정을 얻은 자가 그 가처분결정의 피보전권리에 기하여 본인으로 채무자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한다고 하여 채권가처분이 채권가압류에 우선하는 효력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앞에서 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가압류된 경우의 권리관계와 달리 볼 것은 아니고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서는 원고의 위 재항변은 이유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원고가 가압류가 해제되는 것을 조건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것이 아님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는 이상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전부 기각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원심판결은 정당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89조, 제95조를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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