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운전하고, 높은 곳에서 보자
경매 투자에서 안전한 물건을 고르려면 다양한 법률 지식을 알아야 한다. 민사집행법은 물론 민법·주택임대차보호법·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등 경매 투자 관련 기본 법규를 이해해야 가능하다. 이 때문에 경매가 어렵게 느껴지고 전문가들만의 리그로 알려져 보통 사람들의 경매 참여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2002년 민사집행법이 제정돼 낙찰자를 보호하는 규정들이 도입되면서 투자 대안을 찾는 실수요자들이 대거 경매 시장을 찾게 되었다.
바뀐 경매 법률과 개선된 제도로 인해 현장에서 가치 높은 부동산을 찾는 ‘물건 분석’이 더 중요시되고 있다. 경매 투자에 앞서 직접 발품을 팔아 여러 번 눈으로 투자 물건을 확인하는 것은 기초적 사항이 되었다. 서류상 돈 되는 물건으로 보여도 막상 현장에 가보면 의외로 거품이 끼어 있거나 겉만 번드르르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실제로 현장에서 이뤄지는 임장(臨場)은 경매 수익과 직결되는 활동이 대부분이다. 임장이란 경매 나온 물건들을 직접 현장에 가서 확인하고 탐문 과정을 거쳐 향후 투자성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경매 투자과정의 중요한 활동이다. 이른바 ‘현장 방문’인 셈이다. 현장 속에는 서류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큰 돈이 되는 정보들이 숨어 있다. 경매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활동을 많이 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해관계자를 여러 번 접촉해 탐문하라
임장은 법원 집행관이 작성한 매각 서류를 들고 현장에 가서 조사하는 게 첫 발걸음이다. ‘현황 평가서’와 ‘감정 평가서’의 중요 내용을 토대로 체크해야 한다. 집행관이 직접 작성하는 현황 평가서에 대상 부동산이 ‘주거 환경 불량’, ‘미상 임차인 점유’ 등 부정적 표현이 기재된 경우 대다수 투자자는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 지레 포기한다. 하지만 직접 현장을 찾아 하자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경우 훨씬 싼 가격에 부동산을 손에 넣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재 거주하는 점유자 정보는 현장에서 얻는 중요한 정보이다. 짐만 있고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다면 명도(明渡: 집을 비워 넘겨줌)가 까다로울 수 있다. 낙찰 후 자칫 시간을 끌다가 공시 송달을 거쳐 강제 집행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는 것이 차라리 명도 협의하는 데 수월하다. 점유자 확인은 우편함을 보거나 이웃 주민에게 물어보면 된다. 관리사무소 경비에게 문의하면 훨씬 빠르게 세입자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현재 점유 사실을 알기 어렵다면 재빨리 점유자의 연락처부터 알아내는 게 순서다. 현장을 방문해 낙찰자의 연락처를 메모해 내부의 잘 보이는 곳에 남겨 놓으면 점유자로부터 연락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장시간 연락이 닿지 않으면 매수인이 직접 찾아 다녀야 한다. 점유자 연락처는 경매계의 경매 사건 기록부나 관리 사무소 거주자 명부, 근처 세탁소, 부동산 중개사무소 등에서 알아낼 수도 있다.
유치권·법정지상권·분묘기지권·공유지분 등 돈 되는 현장 정보를 얻기 위해 이해 당사자를 만나 협상하다 보면 의외로 투자 전략이 떠오르기도 한다. 입찰 전 권리를 주장하는 이해관계자를 만나 합의 가능성을 따져보고 협의 금액이나 권리 조정이 가능하다면 여러 번 유찰돼 수익이 충분히 날 때 인수 조건부로 낙찰받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저가 매입 후 고가 매도가 가능하다면 투자 가치가 충분한 경매 물건이다.
시골 지역, 구멍가게 주인이 부동산 정보에 밝다
부동산 현장 정보는 다양한 전문가들을 탐문하는 것이 좋다. 가장 기초적인 현장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공부와 현황이 일치하는지를 따져야 한다. 수도권 경매 부동산은 지번이나 현황·형상이 서류와 다른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지목은 대지인데 주차장으로 이용되거나 근린 시설이 주거용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흔하다. 심지어 면적 차이가 나서 낙찰 후 이웃 권리자와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
경매 부동산의 정확한 시세, 적정 입찰가를 파악하려면 인근 중개사무소 3~4군데를 방문해야 하는 건 필수 코스이다. 중개업소에서 상담해보면 다양한 매물 정보는 물론 최근 시세와 수급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특히 최근 시세와 과거 3년간 시세, 분양가 등이 중요 체크 사항이다. 중개업소가 멀리 있다면 동네 입구의 구멍가게라도 방문해 물건 정보를 얻어내야 한다. 통상 시골 구멍가게는 토박이가 운영해 동네 부동산 정보에 밝은 편이다.
입지와 상권 분석을 위해서는 현장에서 충분한 탐문 시간을 가지고 답사해야 한다. 입지 상권 분석의 기본 모토는 ‘걷고, 운전하고, 높은 곳에서 보자’이다. 경매 대상 부동산 인근을 걷다 보면 부지의 활용 가능성과 소요 비용에 대한 정보를 얻기 쉽다. 경매 부동산의 반경 1㎞ 이내에서 운전하다 보면 상권 내 통행 유발 시설에 대해 알 수 있다. 또 큰 건물 옥상에서 내려다보면 교통 흐름과 유동 인구의 통행 이동 경로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경매 물건의 개발 계획이나 국책사업을 기대하고 장기 투자에 나설 때는 더욱 신중한 현장 조사가 필요하다. 개발계획이 발표됐어도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가 낮거나 취소·축소 가능성이 높으면 투자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개발사업 추진 사항과 계획을 해당 사업 담당자에게 직접 탐문해보는 게 좋다. 자세한 개발사업 추진 내용과 지역 정보는 공공기관을 상대로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답변을 얻어내는 방법도 있다.
경매 대중화는 수익률을 떨어뜨려 예전만큼의 수익을 거둘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남보다 앞서 현장 조사와 투자성 분석을 진행한다면 여전히 경매 투자의 매력은 상당한 게 사실이다. 열심히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모의 투자로 실전 감각을 익힌다면 경매 투자는 성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장을 소홀히 한 채 대박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최근의 경매 투자이다.
값싸게 부동산 사는 모임(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Low-Price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