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빅이슈] 일본 금융청의 경고, 거래소 주도권 쟁탈전의 시작
암호화폐 역사상 최대 악재로 부각됐던 G20이 탐색전 수준으로 막을 내렸다.

눈치 싸움이 끝나자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더욱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암호화폐 거래 주도권을 둘러싼 국가간 쟁탈전이다.

지난 22일, 일본 금융청(FSA)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 “일본 금융청의 공식 인가 없이는 일본에서 영업할 수 없다”는 경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바이낸스가 실질적으로 일본인 고객들을 유치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무등록 사업자로 분류되어 법률상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바이낸스 측은 일본 금융청과 지속적인 접촉을 진행하고 있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바이낸스 자체는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기에 일본 금융청이 바이낸스를 완벽하게 제재 할 방법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금융청이 경고조치를 한 속내는 일본 자금 유출과 탈세를 막고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암호화폐는 국가간 이동이 자유롭기에 투자자들은 각국의 규제에 따라 끊임없이 국경을 넘어 자본을 이동시킨다. 일본 금융청 인가를 받은 거래소들은 해외 거래소에 비해 수수료가 높고 범죄 예방을 위해 실명거래를 시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수료를 줄이고 최대 55%에 달하는 세금을 피하고자 해외 거래소로 암호화폐를 보내는 일본인이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지난 1월 정부가 거래소 폐쇄 방침을 밝히자 국내 자산이 해외로 대거 유출된 사례가 있다. 한국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일본 금융청이 직접 나선 셈이다.

바이낸스가 일본의 금융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암호화폐 시세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바이낸스 측이 몰타(Malta)에 지사를 설립할 계획을 밝히자 다시 가파르게 상승했다.

몰타는 영국령에 속한 국가이며, 실효세율이 매우 낮아 지브롤터 등과 함께 조세 도피처로 유명한 국가이다. 몰타는 암호화폐를 비롯한 신사업들과 핀테크 사업에도 매우 친화적이다.

바이낸스는 몰타 정부의 초청을 받았으며, 몰타 정부가 바이낸스 측에 매우 호의적인 태도를 보임에 따라서 지사 설립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는 몰타에 지사를 설립한 뒤 현지 은행들과의 파트너쉽을 통해서 실물 화폐 입금을 지원할 계획으로 보인다.

바이낸스 측는 풍부한 거래량과 다양한 코인 지원, 간단한 가입 절차, 그리고 저렴한 수수료를 바탕으로 전 세계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끌어 모아 순식간에 세계 1위 거래소가 됐다. 만약 바이낸스가 몰타에 성공적으로 지사를 설립하고 실물 화폐 입금까지 지원하게 된다면 세계 1위 거래소로 입지를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거래소들은 엄청난 수입을 창출함과 동시에 각국 정부에게 상당한 법인세를 납부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서 바이낸스를 포함한 각국의 거래소들은 자신들이 영구적으로 안전하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정착지를 찾는 상황이다. 이들을 유치하려는 국가들 사이에서도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세계 금융의 선두주자인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국가들은 금융시장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동시에 암호화폐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타국 거래소에 지속적인 견제를 시도하는 중이다.

암호화폐 시장을 개척해 ‘세계 암호화폐 금융 허브’가 되고 싶은 싱가폴, 스위스, 등의 국가들은 과감하게 빗장을 풀고 거래소와 투자자를 받아들인다. 몰타, 지브롤터 등 작은 국가들은 암호화폐를 국가 부흥의 기회로 보고 정부가 직접 나서서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대형 기관투자자들마저 암호화폐 시장 선점을 위해 빠르게 뛰어드는 모습이다. 암호화폐 위험성을 연일 경고하던 골드만삭스는 핀테크 벤처기업을 통해서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폴로닉스’를 인수했고 소프트뱅크 산하의 야후 재팬은 자회사를 통해서 거래소‘비트 아르고’의 지분 40%를 인수해 암호화폐 사업에 진출할 것임을 밝혔다.

세계 각국과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지난해 말 세계 암호화폐 거래량 1위를 차지했던 우리나라는 점차 그 지위를 잃고 있다. 정부 방침이 변경된 이후로 대부분의 암호화폐 자본들이 해외로 유출된 탓이다. 국내에서도 암호화폐 법률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 여론의 눈치를 보며 계류 단계에 머무르는 상황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암호화폐 자본들은 규제가 합리적이고 혜택을 많이 제공하는 나라를 찾아 계속 이동하고 있다. 국가별 규제안 확립을 기다리던 기관투자자마저도 서서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이 아직 세계 GDP의 1%도 되지 않는 초기인 만큼 비교적 손쉽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고, 지금 시장을 선점한 국가, 기관이 향후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곧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 되면 몇몇 국가들은 암호화폐 산업을 통해서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올해가 글로벌 블록체인 산업의 주도권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막대한 자본을 가진 기관투자자들이 진입을 마치면 시장 구조가 고정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달리 보면 단 한번도 세계 금융시장을 주도한 적이 없고 매번 대외 요인들에 흔들리는 우리나라도 암호화폐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다. 비록 정부의 규제에 의해서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 우리나라 암호화폐 거래량은 세계 시장에서 상위권에 속한다.

골든아워를 놓치면 응급환자를 소생시킬 수 없다. 우리나라도 서둘러 투자자 보호조치를 단행함과 더불어,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