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 버리기 전에는 무슨 일이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키케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커트라인을 낮게 잡아 현실에 안주할 때가 많다. 실상 자신이 상상할 수 없는 자신의 가능성을 짓눌러서 나오지 못하게 한다. 다시 말하면 스스로 한계를 정해 놓고 살고 있다. “내 주제에 무슨…” 이 세상에 자기 폄하처럼 쓸데없는 것은 없다. 진정으로 크게 성공을 하고 싶다면, 상상의 커트라인을 높게 잡아야 한다. 이미 정해져 있다면 그것마저 제거해야 한다. 언제든지 상상의 커트라인은 상승할 수 있도록 그때마다 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상상의 커트라인이 성과를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내몰 수 있다. 우리가 정하는 데드라인과 기대치는 오히려 우리에게 무거운 짐이 되기 쉽다. 내 마음 속의 커트라인이 쳐지는 순간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때의 상실감은 만만치 않다. 어쩌면 라스트라인에 도달하기도 전에 저만치 달아나 가버린다.

언젠가 한 조찬모임에서 강신장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상상의 베이스캠프를 높이 ·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의 첫 등정 성공은 잘 알다시피 뉴질랜드 에드먼드 힐러리경이 1953년에 성공했다. 한국인으로서 고상돈 대원이 정상에 올랐을 때에는 첫등정한 이후 무려 14년이 지난 1977년 일이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50년 동안 여러 나라에서 무려 1천 2백여명으로 힐러리경의 뒤를 이어 점점 정상의 고지에 밟았던 사람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베이스캠프를 높이 쳤기 때문에 실제로 어려운 코스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상상의 베이스캠프’를 너무 낮게 쳐서 혹시 조그만 성과 밖에 이루지 못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우리는 누구도 꿈꾸지 못했던 것을 꿈꿀 때 행복해 한다. 이런 목표 달성 욕구야말로 새해 결심을 실행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하는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상상의 베이스캠프를 너무 낮게 쳐서 그 커트라인에서 얼마나 맴돌았겠는가. 일을 하기 전에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과정을 뒷받침해주는 자그만 일이 결국 결과를 크게 만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실행 로드맵을 어떻게 그려왔는가.

내 친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연세가 무려 97세였다. 할머니는 한결같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애! 걱정마라! 걱정한다고 뭐가 달라지니? 네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높게 꿈꿔야 이루어진단다.” 할머니 장례를 치루면서 내 인생을 한번 점검해보았다. 내가 후세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유산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이 되어야 한다. 물질은 얼마 가서 소모되지만, 정신은 영원할 수 있다. 내가 꿈꾸고 생각했던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상상의 베이스캠프를 구성해야 한다. 누가 상상의 베이스캠프에서 나를 도와줄 것인가? 누가 나를 위해서 목숨을 내놓을 것인가? 실제로 관에 들어가는 체험을 한 것을 아니었지만, 그동안 내 스스로 나를 감싸왔던 상상의 커트라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인생에서 놓치기 쉬운 것이 바로 자기점검이다.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우리 마음에 쳐놓았던 상상의 커트라인이 지배하고 그 범주 안에서 맴돌지 말아야 한다. 열심히 일을 한다고 일이 되는 것이 아니고, 꿈을 크게 꿈꾼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스스로 쳐놓은 그물에 걸려서 넘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제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한번쯤 내가 먼저 스스로 만든 상상의 커트라인에서 벗어나보자.

ⓒ윤영돈 윤코치연구소(yooncoach.com) 대표

※ 이 칼럼은 한국경제신문 한경닷컴 <윤영돈의 직장인 눈치 코치> 칼럼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새로운 칼럼을 무료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