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상의 車 “클린&세이프”] 유독 우리나라에서 매년 침수차 대란이 반복되는 이유?
사진 : 자동차 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

장마는 우리나라는 중심으로 일본과 중국 등과 함께 매년 반복되는 자연재해 현상이다. 장마전선 양쪽 고기압의 세력에 의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데, 이것을 장마전선의 남북진동(南北振動)이라고 한다. 장마 초기에는 북쪽 고기압의 세력이 강하여 전선이 남해 해상에 정체되는 때도 있지만,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강화되어 장마전선이 상륙하면 강한 비가 내리는 예도 있다.

장마전선이 완전히 상륙하게 되면 북태평양고기압으로부터 고온다습한 열대 기류가 전선상에 흘러들어오기 때문에 지역적으로 집중호우가 내린다. 중국방재 당국은 올여름 6월부터 발생한 홍수로 6천3백만 명의 수해 피해로 219명이 사망·실종했고 400만 명이 긴급대피했다고 하니 피해 규모가 엄청나다. 일본도 7월 초 규슈를 중심으로 발생한 기록적 폭우로 72여 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실종되었다.

시간당 100mm씩 내린 ‘물 폭탄’으로 마을이 순식간에 침수되고 100개가 넘는 하천이 범람하고 불어난 폭우로 철교가 떠내려가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6월 24일 중부지방을 시작으로 54일간 계속되어 2013년의 49일을 넘어선 최장기간 기록적인 장마를 맞았다. 물 폭탄 장마는 전국 누적 강수량이 920여mm에 달했다. 평년 강수량 570여mm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이며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올여름 물 폭탄 장마로 침수차 피해도 최고치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수 천대가 침수 피해로 폐차장에서 고철 처리가 되고 수만 대가 침수 피해로 정비업소에서 정비를 받게 되고 직, 간접적으로 유통과정에서도 피해가 발생한다.

집중호우로 발생한 차량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자동차보험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보험) 가입자들만 손보사에 접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침수 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보험개발원이 집계한 올해 1분기 자차보험 가입률은 71%다. 단순 산정하면 침수차 10대 중 3대는 손보사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자차보험에 가입했지만 `침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보상받지 못한 차, 선루프나 창문을 열어뒀다가 발생한 침수 피해 등 가입자 과실로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차는 물론 `침수 딱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차주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자비로 정비하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수만 대에 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침수차가 시장에서 거래가 되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거래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침수차라는 딱지가 붙으면 기피 차로 “거래 아웃” 현상이 발생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팔아야 하는 장외거래가 된다.

미국의 경우 차가 물에 잠기면 모두 폐차하고, 일본에서는 연식에 따라 침수차량을 의무적으로 폐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매년 이런 자연재해로 피해가 반복되지만, 법적으로 침수기준, 침수차 정비메뉴얼, 전문정비공장, 중고차 거래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 대책은 전무하고 신의 성실의 원칙에 의한 거래만 기대할 뿐 오로지 시장의 몫이다. 보험 처리하면 된다는 도덕적 해이 현상도 무시할 수는 없다. 보험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재해 예방 차원에서라도 침수차 대비책 절실하다.

임기상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