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칼럼] 매너소비자와 워커밸(Worker-customer-balance)-행복한 스타벅스
고객갑질과 감정노동 VS 워커밸(Worker-customer-balance)

요즘 소비자의 ‘갑질’에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감정노동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에서는 소위 ‘매너 있는 소비자’가 되자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작년에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라는 단어가 주목을 받았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2019년 올해는 ’워커밸(Worker-customer-balance)이 키워드로 등장했다. 바로 Worker(근로자)와 Customer(소비자)의 Balance(균형)이라는 의미로 감정노동자들의 고통을 보호하자는 움직임이다.

노쇼(No-Show)와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

직원과 소비자 사이의 매너를 일컫는 ‘워커밸(worker-customer-balance)’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매너가 부족한 소비자들이 아직도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물론 대부분은 감사한 소비자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인식개선이 필요한 소비자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예약을 해놓고도 아무런 연락 없이 예약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노쇼(No-Show) 소비자들이다. 작은 규모의 식당은 노쇼로 인해 가게 문을 닫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하니 소비자들의 의식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직원들을 마치 자신의 발 밑에 있는 하인처럼 잘못된 인식으로 막 대하는 갑질 소비자들이다. 뿐만 아니라 의도적이고 상습적으로 불만을 제기해서 정당하지 않은 보상금을 요구하는 악성소비자들도 있다. 전문적으로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라고 한다. 이런 유형의 소비자들이 아직까지도 존재하기 때문에 ‘매너 소비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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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 귀한 자식 VS 무조건 트집 잡는 갑질 소비자

직원 유니폼에 ‘남의 집 귀한 자식’ 등의 문구를 본 적이 있다.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뭔가 마음이 짠해졌다. 아르바이트생 952명을 대상으로 알바몬이라는 사이트에서 설문 조사를 했다. 응답자의 무려 90.2%가 고객의 비매너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10명 중 9명이상이 갑질을 당했다는 것이다. 1위는 “어이, 야” 등 소비자들의 매너 없는 호칭이었다. 2위는 “서비스 좀 더 줘”등 무리한 요구였다. 3위는 돈이나 카드를 뿌리듯 던지는 매너없는 행동이었다. 4위로는 소비자실수를 아르바이트생에게 뒤짚는 비겁한 갑질이었다. 마지막으로 무조건 트집을 잡는 갑질이었다.

무분별한 소비자 VS 사랑하는 가족의 음성녹음

무분별한 소비자들의 행동들을 근절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GS칼텍스의 경우는 ‘매너소비자’가 돼 줄 것을 요청하는 연결음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소비자와 직원의 마음을 이어준다고 해서 ‘마음 이음 연결음’ 프로젝트로 이름을 정했다. 멘트는 다음과 같다. “착하고 성실한 우리 딸이 상담 드릴 예정입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내가 상담 드릴 예정입니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우리 엄마가 상담 드릴 예정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이 음성들은 상담원들의 가족이 직접 녹음한 거라고 한다. 이 연결음을 통해 상담원들은 스트레스가 79%에서 25%로 아주 급감했다고 하다. 뿐만 아니라 고객으로부터 존중을 받는다는 느낌까지 25% 향상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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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 파트너 모두 행복한 스타벅스 만들기 캠페인

직원 존중 문화가 점점 확산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참 반가운 소식이다. 한 때,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고객과 임직원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근무 환경 조성을 위한 ‘행복한 스타벅스 만들기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었다. 캠페인 기간동안 주문 공간에는 ‘고객과 파트너 모두 행복한 스타벅스 만들기’라는 안내문이 걸렸다. 그리고 이 안내문의 하이파이브 그림에 손바닥을 터치하면 주문 음료의 사이즈 업그레이드를 해준다. 스타벅스 파트너들의 감정 노동에 대해 고객이 이해했다는 의미다.

소비자의 갑질 VS 갑질에 대한 직원들의 무력함

이미 ‘매너 소비자’인 경우도 많겠지만, ‘갑질’을 하는 소비자들이 우리 사회에 병폐 중에 하나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갑질이 존재한다. 하지만 특히 한국 사회에서 심하다고 인식되는 것은 바로 소비자의 갑질이다. 지난 2013년, 대기업 임원의 기내 승무원 폭행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만연했던 소비자의 갑질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사회적인 권력이나 위세를 이용해서 감정노동자들에게 생채기를 내는 대표적인 피해 사례는 많다. 그러나 특히 고객센터 근로자들이나 백화점 판매직 등 고객응대 서비스업종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더 마음 아픈 것은 불합리한 소비자의 갑질에 대한 직원들의 무력한 반응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갑질 소비자에게 항의하거나 무례하게 대하면 시스템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정노동의 무게는 더욱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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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왕이면 서비스제공자는 전문가

직원과 소비자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질적으로 개선되는지에 따라서 기업의 이윤창출에도 큰 영향이 미친다. 직원들의 정서나 정신건강은 기업입장에서도 무척 중요하다. 업무생산성에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서비스품질저하로 고객만족도를 하락시켜서 기업의 이윤창출 감소로 파장된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의 감정노동은 기업차원에서도 잘 보호되어야 한다. 기업이 쇠퇴하면 국가경쟁력 또한 쇠퇴하므로 감정노동은 국가차원에서도 잘 관리되고 보호되어야 한다. 고객이 왕이면, 서비스 제공자는 전문가다. 그 의미는 고객을 왕처럼 귀하게 여기고, 서비스 제공자는 전문가처럼 대우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서비스 제공자가 행복해야 그 서비스를 받는 고객도 행복해지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 제공자(감정노동자)의 정서관리라는 것이다. 고객은 왕처럼 대하고 감정노동자는 전문가로 대하자

갑질고객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는 감정노동자 보호법

정부도 2018년 10월 18일부터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시행 중이다. 사업주는 갑질 고객에 대한 응대 업무 지침을 반드시 구비해야한다. 또한 고객의 폭언 예방을 위한 문구 등을 사업장에 게시하도록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직원이 고객에 의한 폭언이나 폭행에 노출되었을 경우, 업무를 일시 중단하거나 휴식 시간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갑질고객으로부터 직원을 적극적으로 보호조치하지 않으면 최대 천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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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의 정신건강이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

시스템적인 보호와 함께 직원들의 정신건강도 더 좋아지면 좋겠다. 직원들의 정신건강이 하락되면 회사입장에서는 인력손실이다. 이것은 물론 업무성과 저하로 이어지기에 사전 조치 및 꾸준한 관심이 절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과도한 업무량을 줄이고, 고객으로부터 고도의 스트레스나 폭력을 인지했을 때 회피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등 회사차원에서 일회성이 아닌 실질적 종합대책을 더욱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웃어야 고객이 웃고, 고객이 웃어야 기업이 웃는다. 그리고 기업이 살아야 우리나라가 부강해진다. 결국 직원들의 정신건강은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인 셈이다.


소비자매너는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소비자도 웃고 직원도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어느 식당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다. ‘우리 직원을 막 대할 권리는 손님의 식사비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라고.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소비자 매너는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로 변화하는 추세다. 직원들을 대하는 소비자의 수준과 직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모두 균형 있게 높아지길 바란다. 이제는 더 이상 을입장의 직원들을 쥐어짜내어 만드는 ‘억지친절’은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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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도 웃고 직원도 웃는 WIN-WIN 전략

소비자도 웃고 직원도 웃을 수 있어야만 진정한 서비스다. 소비자와 직원 사이에 WIN-WIN 전략이 되어야 한다. 또한 직원과 회사, 직원과 직원 사이에서도 상호 공유한 회사원칙 하에 WIN- WIN 이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구입상품은 1년 이내의 무상수리라는 원칙이 있다면 예외 없이 지켜져야 소비자들도 혼란스럽지 않다. ‘우기니까 해주더라’라는 소문이나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가장 상처받는 것은 바로 소비자 접점 직원들임을 기억하자.

대우받는 ‘매너 소비자 ’가 되어 ‘워커밸’을 높이자

소비자로서 대우받고 싶다면 직원을 존중하는 ‘매너 있는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이제는 직원-소비자 간의 균형, 워커밸이 더욱 중요한 시대다. 서비스제공자들이 뽑은 감동의 소비자 매너는 무엇일까? 1위는 바로 ‘직원이 건넨 인사에 함께 대답하거나 상냥하게 대해주는 소비자였다. 2위는 ‘잘 먹었어요’, ‘고마워요’ 등 서비스제공자의 서비스에 감사함을 표현할 때 였다. 결국은 마음을 주고받는 간단한 인사 하나가 서비스제공자들에게 작은 감동을 준다. 오늘은 시장이나 수퍼마켓에서 또는 카페나 음식점에서 ‘매너소비자’가 되어 ‘워커밸’을 높여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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