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가장 좋아하는 직원은?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전 직장에 근무했을 때이다.
SKY출신이 80%가 넘는 이 회사의 임원들 중에 유일하게 고졸 출신의 본부장이 있었다. 매우 성실하고 업무에 있어서는 철두철미했지만, 사람을 믿고 편하게 대해주기로 유명했다. 하루는 이 본부장에게 합의 받을 사항이 있어 찾아가 일을 마치고 잠시 차 한 잔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힘든 순간, 기뻤던 순간, 경계해야 할 사항, 본부장이 되기까지 어떤 철학과 마음가짐을 가졌으며, 어떻게 실천을 해왔느냐 등에 대해 묻고 들었다. 35년의 직장생활이 이렇게 빨리 지날 줄 몰랐다며 가장 기뻤던 과장 승진 그리고 팀장이 되고 임원 승진, 마침내 본부장이 되기 까지의 과정을 1시간 넘게 경청하였다. 항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었다고 한다. 이야기 중에 어떤 직원을 좋아하냐 물었다.

상사는 어떤 직원을 가장 좋아할까?
조직은 성과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상사가 좋아하는 직원은 ‘성과가 높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답변이 예상된다.
– 매사에 긍정적이고 성실하고 말 잘 듣는 직원
– 높고 어려운 수준의 과제를 도전하고 열정적인 직원
– 항상 최선을 다하는 직원
본부장은 자신을 찾아 와 상담을 하며 자신에게 잘해 주는 직원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자신이 힘들어 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업무 스타일에 맞게끔 보고서와 일을 추진하며, 특별한 일이 없어도 자주 와서 차 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해야 할 일이나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에 대해 가볍게 툭툭 이야기해 주는 직원이 가장 좋다고 한다.

최근 신임팀장과 신임임원을 대상으로 역할과 마음가짐 및 조기에 해야 할 일에 대해 강의를 자주 한다. 신임팀장과 임원들은 자신이 높은 성과를 냈기 때문에, 자신이 높은 수준의 경험과 스킬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신임팀장과 임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승진한 후, 이들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조직과 구성원을 이끌면 성과가 창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팀원이었을 때에는 팀장과 수시로 상의하며 일을 추진했는데, 팀장이 되어서는 상사를 찾아가기 보다는 자신이 잘했던 일의 프로세스와 성공 경험을 중심으로 팀을 이끈다. 팀장에서 잘해 임원이 된 사람은 회사 전체를 보며 타 본부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폭넓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팀을 이끌던 경험을 중심으로 좁은 의사결정과 실행을 하다가 힘들어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성공 경험을 중시한 탓에 업무 보고 이외의 상사와의 관계 정립 및 소통에 매우 미흡하다. 물론 상사와의 정례 미팅이나 회식이나 기타 업무로 부르면 다른 일이 있더라도 참석하고 중요시 한다. 하지만, 상사의 꿈과 목표, 애로사항, 업무 스타일, 성격의 장단점을 알며 자주 찾아가 예의를 갖추며 조언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내리사랑이라고 했는가? 자신이 담당하는 조직의 아랫사람에 대해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상사 입장에서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추천하거나, CEO로부터 중요한 과제를 부여 받았을 때 신뢰할 수 있는 직원을 택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팔은 항상 안으로 굽는다고 한다. 평소 자신에게 잘해 준 직원이 먼저 생각나는 것은 당연지사 아닌가?
상사와의 관계 정립 및 소통을 어떻게 할 것인가?
A과장이 있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반드시 찾아와 인사하며 손을 부딪친다.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하기 때문에 일을 하고 있을 때에는 PC를 보며 왼손을 내주기도 한다. 9시 반만 되면 찾아 와 그날 할 일에 대해 간략하게 말하며 부탁할 사항이 있으면 약간은 애교를 부리며 사정을 한다. 11시 50분이면 점심 약속 있냐고 묻고 없으면 함께 가자고 한다. A과장이 마음에 드는 것은 오후 3시쯤 되면 간식 내기 이벤트를 하거나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온다. 퇴근 시간이 되어서는 퇴근 안 하냐고 묻고 자신은 8시까지 근무한다고 한다. 이런 A과장이 있는가 하면 근 1달 넘게 사무실에서 본 적이 없는 B과장이 있다. 궁금해서 B과장 사무실에 찾아가면 꼭 그 순간 자리에 없다. B과장 본 적이 오래 되었다고 말하고 돌아와서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어느 날, B과장이 50Page 넘는 보고서를 갖고 들어 온다. 밤 새워 작성한 보고서라며 결재를 부탁한다. “B과장이 밤을 새워 작성한 보고서이기 때문에 뛰어날 거야”하며 질문을 한다. “B과장, 이 보고서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 이 보고서가 하자는 것 대로 하면 회사에 무슨 성과가 있나요?” 묵묵부답이다. B과장의 보고서를 볼 이유가 있겠는가?
A과장은 매일 들어와 자신의 일과에 대해 말했고, 월요일은 금주 할 일을 말한다. 금요일 아침에는 한 일과 자신이 잘한 것을 자랑까지 한다. A과장이 한 일을 다 알기에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며, 어떤 성과가 있을 것인가에 대해 묻지 않는다. 굳이 보고서를 보지 않아도 A과장이 지금 어느 단계, 어느 수준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는가 그림으로 그려진다. 소통의 차이이다.

상사와의 관계 정립과 소통을 위해 4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째, 정례적 미팅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주간 실적 및 계획 미팅과 같은 정례회의에 단순히 주간 보고서만 가져가서는 곤란하다. 주간 직무 동향과 특이점, 팀원들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고, 주간 가장 중요한 업무 이슈에 대해서는 한 페이지 정도의 보고서가 포함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자신만의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A그룹의 K전무는 사원 때부터 정년 퇴직하는 그 순간까지 34년 간을 직속상사에게 매일 자신이 한 일과 시사점을 정리하여 보고했다고 한다. 직속상사가 해외 출장 또는 휴가의 경우, 연락이 되지 않는 곳에 있어도 항상 메일이나 자료를 남겼다고 한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는 직원의 일일 보고는 아무리 바빠도 보게 되어 있다. 매일 만나 가볍게 티타임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상사의 업무 스타일에 따라 K전무처럼 메일 또는 자료로 서면 보고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셋째, 상사의 목표, 애로사항, 성격의 장단점, 업무 스타일을 알고 선행 조치하는 것이다. 일이 심각하게 되어 수습이 곤란한 상황에서 보고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이다. 앞단에서 해결해야만 한다. 항상 선행보고를 통해 열린 소통을 하고 있다는 믿음을 줘야만 한다.
넷째, 상사는 매우 외롭다. 특히 CEO 자리는 모든 의사결정의 정점이기 때문에 책임감에 고민도 많고 외로운 법이다. 업무 내외적으로 수시로 찾아가 상담도 하며 소소한 이야기도 나누며 적어도 직속 상사와는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신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직원이 더 사랑스런 법이다. 하물며 직원이 자신이 힘듦을 알고 함께 시간을 내어 준다면 얼마나 고맙겠는가?

회사와 개인의 관계는 계약 관계라고 한다. 하지만, 회사 내의 개인과 개인의 관계, 상사와 부하의 관계는 계약관계가 아니다. 정의 관계이며 신뢰의 관계이다. 회사생활은 혼자 할 수 없기에 함께 해야 한다. 어떤 관계가 정립되어 있는가에 따라 성과는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내 마음 속에 간직된 상사와 동료 그리고 부하도 중요하지만, 그들 마음 속에 간직되어 있는 나의 모습이 더 중요하다. 나의 인생에 영향을 준 5명의 사람 중에 현재 나의 상사가 포함되어 있다면, 상사가 나의 롤모델이라면 그가 아무리 어려운 일을 시키더라도 감사할 뿐이다. 나를 믿고 이런 도전과제를 주었다고 자신을 희생해 가며 그 일을 완수하여 성과를 낼 것이다. 나를 위한 일이 아닌 내가 존경하는 상사의 일이기에 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러한 상사와의 소통은 열린 소통이 될 수 밖에 없다. 상사가 무섭고 두려운 존재라 상사만 보면 기가 죽어 제대로 말도 꺼내지 못한다면 무슨 성과가 있겠는가?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