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마허의 역작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만난 지도 꽤 오래됐다. 만약 작은 것을 주제로 언급한다면 ‘작은 것이 소중하다’라는 의미를 들려주고 싶다.




필자가 현재의 위치에 도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온라인 커뮤니티’와의 인연이다. 커뮤니티는 2002년 벤처기업 경영자들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를 목격하고 CEO가 되고자 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만들었다. 처음 2년 정도는 하루에 3시간 이상 꾸준하게 CEO에 대한 정보도 게재하고 회원들의 질문에 답변도 하면서 점차 경영에 대한 내공을 쌓기 시작했다. 당시 지인들의 반응은 ‘돈 안 되는 것을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느냐’였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나의 작은 노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다면 가치가 있지 않나’라는 의지가 있었다. 5년 넘게 꾸준하게 함께 한 커뮤니티가 CEO연구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이런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어렵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장기레이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고 탈락한다. 적어도 통찰력과 넓은 시야를 가지고 꾸준함을 이루면 누구나 소박한 성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성공을 이루려면 일상의 작은 일들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직장생활에서 접하는 일상 중에서 회식문화가 있다. 회식도 성공키워드를 연마할 수 좋은 훈련의 장이 될 수 있다. 이른바 ‘배려’의 마인드 실천이다. 누구나 연습하지 않을 것을 처음부터 잘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배려정신이 없는 초급사원이 세월이 지나 임원이 돼어 갑자기 배려가 충만할 수 없는 이치다. 회식하면 보통 저렴한 고기집을 많이 찾는다. 먼저 회식장소에 도착해서 방석도 가지런히 놓고, 술잔도 먼저 따라주며, 고기도 동료들이 먹기 좋게 잘 다듬어서 놓아 주자. 막상 CEO가 되면 직원과 고객에 대한 배려보다 자신의 권위와 명예를 먼저 찾게 된다. 마음은 종업원 만족에 대해서 생각 하지만 실천이 잘 안 된다. 그 이유는 정신은 바뀌었지만, 몸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습관을 기억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작 몸이 바뀌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일상에서 배려에 대한 실천은 CEO를 지향하는 분들의 가장 중요한 실천 과제 중의 하나다. 일상의 작은 일을 충실히 하지 않는 사람은 큰일도 잘 할 수 없다.




일상의 배려 문화 하나 더 들려드리고자 한다. 전 직장에서 부하직원인 김 부장이 필자의 전화 습관을 가지고 놀린 적이 있다. 유선이나 무선전화 모두 상대방이 보이지 않게 마련이다. 필자의 경우 고객이나 연배가 높은 분의 전화를 받는 경우 공손하게 응대도 하지만 통화가 종료되면 마치 앞에 통화자가 있는 것처럼 전화기에 보고 인사를 한다. 김 부장은 앞에 사람도 없는데 필자가 전화기에 대고 인사하는 장면이 우스운 장면으로 보였던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일상을 만들고자 실천한 습관중의 하나다.




고객지향적인 사고와 실천도 마찬가지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 그 내면이 드러나곤 한다. 얼마 전 지인이 창업을 해서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전화로 장소를 물어보는데 경황없게 얘기해서 찾기 어려운 장소인 줄 알고 택시를 타고 이동을 했다. 그런데 막상 약속장소에 도착해서 둘러보니 매우 찾기 쉬운 곳이었다. 자신을 중심으로 얘기하면 타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고, 타인 즉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미리 준비를 하기 때문에 설명을 잘 할 수 있다. 이렇듯 길 찾는 작은 일에서도 고객지향성의 경중을 가늠할 수 있다. 성공을 만들려면 이렇듯 사소한 일에서부터 타인의 입장에서 사고하고 배려해야 한다.




일상의 소중함은 만남에서도 큰 힘을 발휘한다. 우리는 일상의 작은 만남들에 대해서 가치폄하 하기도 한다. 그러나 스쳐지나가는 모든 만남이 학습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의 지인 중에 선비 같은 분이 있다. 지인이 몇 년 전에 겪은 에피소드는 다양한 만남의 가치에 대해서 일깨워준다. “친구의 사무실에 갔다 오는 길이었다. 자신들은 대형 마트에 생선 선물세트를 공급하는데, 매번 조기와 옥돔 같은 고급 생선이 몇 박스가 남는다. 이것을 회사에 가져가면 또 매니저가 혼자만 챙길 거다. 그래서 이걸 싼 값에라도 처분하고 싶다. 나는 부모님들께 드리고 선물할 걸 생각해서 20만원을 주고 생선 선물세트를 샀다. 하지만, 그 생선 선물세트 때문에 나는 집에서 부인에게 쫓겨났다.” 이 얘기를 듣고 필자는 크게 웃었다. 왜냐하면 ‘생선 사기사건’은 이미 오래전에 시중에서 회자된 레퍼토리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인에게 사기꾼 같은 경우는 곤란하지만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을 접해보라는 말을 전했다.




우리는 일상의 작은 것에 대해서 무심하거나 때론 홀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상의 소소한 경험은 바로 ‘예방주사’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사기꾼을 만나 밤잠을 못 이루는 날이 있으면 그 경험으로 더 큰 피해를 방지하는 소중한 경험치를 얻게 되는 것이다. 경험치는 머리가 명석해서 얻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직하게 발로, 몸으로 부딪쳐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일상의 다양한 만남과 경험이 정글 같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안전한 길을 안내하는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본 칼럼은 <머니투데이>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