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마케팅) 바이어에게 전략을 보여주자
위의 그림은 2002년도에 바이어들과 브랜드를 통일하면서 제시했던 장기발전 전략중의 일부였다. 브랜드를 통일하기 위하여는 그 당위성을 먼저 보여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가장 핵심적인 이유로 캐즘(chasm)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다. 캐즘이란 제프리 A 무어가 쓴 ‘캐즘마케팅’이라는 책에서 처음으로 경영학에 사용된 단어이다. 수많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저 캐즘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고 규모를 키워서 시장의 표준제품이 되기 위하여는 대량생산, 대량광고, 소비자와의 소통 그리고 폭넓은 A/S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는 소규모 경영체제일 때와는 다른 차원의 자원과 경영시스템이 필요한 데 거의 대부분의 소기업들은 이를 넘어서지 못하고 무너진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바로 내가 고민하던 부분이 해결되는 상쾌함이 확 들었다. 이래서 책은 좋은 거야!



사실 이전부터 바이어들을 하나로 묶어야 하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걸 명쾌하게 설명한 말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었다. 그런데 바로 저 캐즘이라는 단어로 다 해결이 되었다. 이제 막 시작한 몇 개의 구멍가게 수준도 되지 않는 장사꾼들, 그것도 메인시장이 아닌 틈새시장중의 틈새시장인 발가락양말 시장에서 커다란 규모를 바라보기에는 역시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2000년 전후에 시작할 때만해도 유럽에서 발가락양말 시장은 매우 미미했다. 그러면서 바이어들이 마케팅을 잘하면서 수출 주문이 늘어나자 공장을 늘려가기만 하자니 나도 불안했고, 너무 즉흥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런 시스템을 좀 정리해보자는 생각도 들었다. 그 첫 시점이 언제로 할까하고 고민하다가 2005년경으로 잡았다. 그리고 바이어들에게 브랜드를 통일하자고 설명하면서 발가락양말은 아무리 우리가 키워도 한국이나 일본에서처럼 앞으로도 매우 작은 틈새시장으로 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의 그림에서 보면 빨간 색부분의 발가락양말의 미래가 커져가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각형인 이유이이다. 그럼 일반시장으로 가야하는 데 이를 위하여는 아주 큰 투자는 아니더라도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그 시스템은 혼자해서는 안되고 우리의 물건을 사가는 파트너들과 같이 해야 했다. 그리고 나와 같이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해야할 절실하면서 타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했는 데, 바로 ‘캐즘’이라는 단어가 눈에 확 띤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같이 저 캐즘을 같이 넘어가지 않으면 구멍가게 수준을 벗어나기는커녕 후발주자로 들어올 중국이나 한국의 경쟁자들과 이기기 어렵다는 점을 설명하였다. 일단 다른 경쟁자들은 분명 우리보다 규모가 크고 다양한 제품으로 유럽시장에 침투하면서, 기존에 그들이 거래하던 보통 양말의 거래선들, 즉 백화점과 도매상의 유통망을 접근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건 이미 파트너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항상 백화점이나 대형 유통상으로부터 듣던 이야기이기도 했다. 발가락양말 단 한 제품만가지고 거래하기에는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효율적이지 않았기에, 우리보고 보통 양말도 하라는 제안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당분간 발가락양말에 집중하다가 어느 시점에 보통 양말을 하겠다고 했다. 그 이유는 보통양말 시장에는 이미 양말을 전문으로 했던 수많은 뛰어난 경쟁자들을 단지 백화점에서 권유했다고 해서 그들의 능력을 뛰어넘기는 어려웠다. 그러기 위하여는 나름대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다. 그럼 우리는 구멍가게 수준은 넘어설 것이다. 그게 바로 첫 번째 캐즘이었다. 그리고 소기업에서 중기업으로 넘어가기 위한 두 번째 캐즘, 그리고 중기업을 넘어서서 적어도 100년이상을 바라보는 장수기업으로 가기 위한 세 번째 캐즘이 존재할 것이다. 그 캐즘을 넘어서서 우리가 이룰 것을 하나의 그래프로 보여주었다. 각 단계의 예상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이를 같이 극복해가자는 나의 설명은 제대로 먹혔다. 그래서 독일, 카나다 그리고 핀란드의 바이어들은 FEEELMAX라는 브랜드로 통일하는 데 동의하였다.



구명가게 수준의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오퍼상이 장기 전략을 말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리일 수있다. 하지만 하루하루 만족하면서 ‘난 이정도면 되!’하는 장사꾼도 없다. 어떻게 하면 나의 장사규모를 키워서 자금활용의 효율화를 기하고, 안정적이면서 풍족하게 살다가 자신이 하던 사업을 자식들에게 넘겨주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리고 그걸 이룰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절망을 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해야한다는 것을 알고 싶어한다. 무역도 마찬가지다. 비록 사는 환경이나 문화는 모두 다르지만 그들도 역시 미래가 희망으로 가득찬 유토피아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해외 바이어와 상담을 할 때 고작 품질과 가격에 대하여만 말하기를 원하고, 실력이 그 정도라면 그들도 그 정도의 상담시간만 내주고, 그 정도의 아이디어만 말하고, 그 정도만 신뢰를 하고, 그 정도만 거래를 할려고 한다.



내가 바이어들에게 장기적인 전략을 말하고 그들과 협력을 이끌어내자 여러 가지 좋은 점들이 나타났다.

1) 내가 장기적으로 믿을 만한 파트너임을 증명했다

2) 상호간의 비즈니스 방식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3) 바이어도 향후 진행될 비즈니스에 대한 계획을 안정적으로 잡을 수있게 되었다

4) 구매선 전환을 통하여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바이어가 장기적 거래처가 되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도 우리는 공동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