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제 선거를 치렀다. 사람을 뽑는다는 것은 정말 신중해야 할 일이다. 게 모임의 장을 뽑는 일에서부터 대통령을 뽑는 일까지 사람을 선택하는 일은 참으로 힘겨운 일임에 틀림없다. ‘힘겨움’의 가장 큰 이유는 그 사람이 선택한 사람이 목적하는 바대로 ‘맡은 바 책무를 잘 이행’ 할지에 대한 불안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선택을 혼란스럽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그 사람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욕심에 있다. 선택을 함에 있어서 자신들의 이기(利己)를 떠나 전체의 공익(公益)만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선택은 쉬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선택하는 사람들조차 자신들의 집단의 이기, 차기 권력에의 욕심들 때문에 공익을 놓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 인한 편중된 지도력을 경험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런 결과를 초래할 것을 알고도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되는 데는 집단의 힘이 분명히 작용한다. 확실한 주관이 없는, 어쩌면 정확한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누가 더 잘 설득해서 그들의 선택을 이끌어 내느냐가 결국에는 성패의 결과를 좌우하는 것이다. 그것 힘이다. 그래서 소 모임이나, 지역이나, 나라의 성패는 이러한 중도들의 움직임이 좌우하는 웃기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 우리가 이미 경험한 바와 같이 돈 선거, 줄 선거를 경험했고 여전히 이 문제는 유효하다. 그래도 내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에 대체로 만족한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시끄럽지 않고 조용하게 치렀다는 것에는 일단 점수를 주고 싶다.

우리도 돈으로 매수하듯 시끄러운 선거, 네거티브 선거가 아닌, 침착하게 생각하여 객관적인 안목으로 신중하게 선택하는 선거를 치를 수 있는 가능성을 조금은 보여준 것 같다. 또한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서 나는 국민들의 의식이 많이 향상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출마자들의 몇몇이 자식의 발언으로 낙마를 했고 또 한 후보는 자식의 발언으로 인해 당선된 것이 그 예다. 이 문제가 100%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해도 국민들의 일반적인 정서가 반영되었다는 것에 의의(疑義)를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아무리 자신의 지식이, 자신의 역량(力量)이 탁월하다고 해도 우리 국민들의 정서는 기본을 지향한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우리가 4.16 참사에 국민들이 트라우마(Trauma)로 힘들어 하는 데에도 ‘기본의 파괴’라는 것이 핵심 키워드(keyword)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번 선거에서도 국민들은 삶의 기본을 일깨워 줬다. 이것이 우리 국민들의 부정할 수 없는 정서다. 우리 국민은 인본주의(人本主義), humanism을 지향한다. 세상이 아무리 글로벌화 되고, 개성이 존중되고, 개인의 자율적 삶을 인정한다고 해도 그 모든 변화의 저변에는 인본주의(人本主義), humanism이 바탕에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 국민을 지탱하는 힘이다.

최근에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강의’가 인기를 얻는 것도 어쩌면 근본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향한 자각적 일침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 잘하는 것은 분명히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관심사가 무엇이든 사람이 사람으로서 그 근본을 잊어버리고 권력에, 자본에, 명예에 마음을 빼앗겨서 그것이 본질인 줄 알고 허겁지겁 살아가는 현대인의 의식에서 근본을 일깨우는 일은 정말이지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일이다. 가장은 가장으로서, 어머니는 어머니로서, 자식은 자식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 그것이 근본이고 우리가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삶의 태도인 것이다.

우리 국민은 그런 기본을 아는 사람, 기본을 지키는 사람을 원하며, 그 위에서 정책을 실행함에 있어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뚝심 있는 일꾼들의 소신 있는 행정을 기대하는 것이다. ’여. 야‘가 아닌 ’우리‘가 되어 함께 이끌어 가는 우리 동네, 우리나라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