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여자 개인도로 38위…조호성 감독 "파리까지 가자"
[올림픽] 나아름의 페달은 멈추지 않는다…"후지산 한국어 응원 감사"
특별취재단 = 나아름(31·삼양사)의 2020 도쿄올림픽은 끝났지만, 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도쿄올림픽 이후 나아름은 없습니다"라고 말할 만큼 나아름은 이 대회에 모든 것을 쏟았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까지 페달을 끝까지 힘차게 밟았다.

나아름은 25일 도쿄올림픽 사이클 여자 개인도로를 38위로 마쳤다.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공원에서 시즈오카현 후지 스피드웨이까지 137㎞ 거리를 4시간 1분 8초에 달렸다.

일본 여름의 무더위 속에서 후지산을 오르내리는 극한의 코스였다.

역대 올림픽 중 가장 어려운 도로 사이클 코스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코스를 하루 달리기 위해 나아름은 5년을 기다렸다.

도쿄올림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년 미뤄졌기 때문이다.

도쿄 출전권을 획득한 지난해 1월부터 따지면 1년 6개월 이상을 올림픽 준비에 쏟았다.

나아름은 경기를 마친 다음 날인 26일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간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연합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나아름은 "안 그럴 줄 알았는데 허무하더라"라며 "이번에는 많이 준비했으니 그런 마음이 안 생길 줄 알았는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욕심쟁이인 것 같다"며 웃었다.

나아름은 "끝나고 나니 다른 거 더 많이 준비하고 더 집중해서 할 걸 그랬다는 마음이 든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훈련한 시간에 대해 아쉬움은 없다"며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 올림픽을 준비했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았다.

[올림픽] 나아름의 페달은 멈추지 않는다…"후지산 한국어 응원 감사"
이번 올림픽에서 나아름은 '외로운 질주'를 했다.

대부분의 국가는 2∼4명이 출전해 서로 경쟁자들을 견제해주며 '팀플레이'로 경기를 풀어간다.

그러나 나아름은 한국 유일의 도로 사이클 국가대표로서 오롯이 혼자 힘으로 달렸다.

나아름은 응원이 정말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그는 "후지산에 한국말 응원 문구를 들고 계신 분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일본에 계시는 한국분인 것 같다"며 "응원이 정말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고 고마워했다.

또 여러 응원의 메시지에도 힘을 냈다면서 "후배들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것과 응원이라는 것이 말도 안 되게 힘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 사이클은 늘 '올림픽 최초 메달'에 도전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사이클 4관왕에 오른 나아름도 늘 이 목표를 마음에 품고 달렸다.

2012 런던 올림픽 13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30위를 기록한 나아름은 도쿄에서 세 번째 올림픽을 치렀다.

나아름은 "끝나고 나니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며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다음엔 내가 알게 됐다고 느꼈는데, 그 건 아는 게 아니더라"라며 올림픽을 통해 점점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스로 '욕심쟁이'라고 했듯이 나아름은 올림픽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나아름의 페달은 멈추지 않는다…"후지산 한국어 응원 감사"
이번 도쿄올림픽 여자 개인도로 금·은·동메달은 모두 30대 베테랑 선수들이 가져갔다.

금메달은 안나 키젠호퍼(30·오스트리아), 은메달은 아나믹 판 플로텐(39·네덜란드), 동메달은 엘리사 론고 보르기니(30·이탈리아)가 차지했다.

나아름은 "제대로 준비하면 점점 더해볼 만하지 않을까"라며 "저 혼자만의 생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올림픽] 나아름의 페달은 멈추지 않는다…"후지산 한국어 응원 감사"
나아름은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특별 훈련'을 함께한 한국 사이클 레전드 조호성(47) 대표팀 감독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나아름은 "이 말씀밖에 드릴 게 없다"며 "너무 죄송하고,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조 감독은 2000 시드니 올림픽 40㎞ 포인트레이스에서 한국 사이클 역대 최고 성적인 4위 기록을 남겼다.

1999년 세계선수권 한국 최초 동메달, 2000년 국제사이클연맹(UCI) 포인트레이스 랭킹 1위, 아시안게임 금메달 5개 등 업적을 남겼다.

조 감독은 "아름이와 함께 한 8개월 동안 많이 공부하고 배웠다"며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은 남지만, 도쿄올림픽에서 얻어가는 게 있다"고 말했다.

조 감독도 나아름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며 준비 기간에 대해서는 후회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름이가 다치지 않고 완주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67명 중 19명이 경주를 마치지 못하고 기권했다.

조 감독은 "아름이는 파리(2024 파리올림픽)까지 가야죠"라며 "코로나19로 도쿄올림픽이 미뤄져서 이제 3년만 더 준비하면 된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조 감독은 나아름에게 "고생했다.

수고했다"며 격려의 말을 잊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