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가진 이에 관한 교육과 감시 필수"
시스템 개선 없이 체육계 학폭 근절 요원…전문가 한 목소리
얼마 전까지 선수들이 지도자에게 매 맞는 광경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지도자들이 선수들의 대입 혹은 엘리트 선수로서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생사여탈권'을 쥐면서 일어난 현상이었다.

지도자의 각종 폭력 행위는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행 의혹 등 체육계 미투 운동, 고 최숙현 철인 3종 선수의 피해 사실 공개 등으로 공론화됐고, 스포츠 윤리센터 출범 등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졌다.

최근엔 지도자-선수 관계를 넘어 선후배, 동기간 인권 침해 행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재영·다영(흥국생명) 여자배구 쌍둥이 자매는 학창 시절 같은 학교 배구부 동료에게 폭력 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쌍둥이 자매는 학교 폭력 행위를 인정하고 징계를 받았지만, 사회적 공분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체육계 폭력행위 근절의 과도기"라며 "확실한 시스템 개혁과 구성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권력을 가진 이에 관한 교육과 감시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김병준 인하대 스포츠과학연구소 교수는 "스포츠 팀에선 권력을 가진 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과거엔 이 권력을 지도자가 행사했는데, 지금은 선배, 실력 있는 선수들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적으로 행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학원 스포츠에서 이런 권력 구조를 없애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과 교육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포츠계 학교폭력 이슈가 단기적, 지엽적 문제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짙다.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스포츠 학교 폭력 문제는 지난 50년 동안 이어져 왔다"며 "이번 일이 개인들의 문제, 처벌로 그치면 비슷한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성적 지상주의 위주의 엘리트 체육 문화가 이어지면 구성원들의 인권 문제는 차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나서서 체육계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가해자에 관한 비난에만 초점이 집중될 경우 체육계 인권 침해 문제가 개인 문제로 치부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정용철 교수는 "이재영·다영 자매 사건은 가해자가 유명인이기 때문에 불거질 수 있었던 것"이라며 "가해자가 유명인이 아니라 피해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도 못하는 이들이 체육계엔 매우 많을 것이다.

국민의 초점이 이재영·다영 자매에만 쏠리는 게 아니라 체육계 변화에 쏠려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