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로, 행정가로 굵은 족적…체육인으로는 이례적으로 '임원' 달기도
이유성 단장 "쉼 없이 달려온 시간…책임 내려놓으니 홀가분하다"
'지바의 기적' 이끈 이유성 대한항공 스포츠단장 은퇴(종합)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지도자로서 남북 단일팀 우승의 기적을 일군 이유성(63) 대한항공 스포츠단 단장이 현역에서 물러났다.

3일 대한항공 스포츠단에 따르면 이 단장은 지난 7월 말 사퇴 의사를 밝혔으며, 회사측은 수차례 반려 끝에 지난달 31일 사의를 받아들였다.

탁구인인 이 단장은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때 남북 단일팀 코치를 맡아 현정화와 홍차옥(이상 한국), 리분희와 유순복(이상 북한)으로 꾸려진 단일팀이 세계 최강 중국을 꺾고 여자단체전 우승을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이후 1993~1995년, 2002~2004년 여자 대표팀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조련한 이 단장은 2005년에는 대한항공 스포츠단 단장직을 맡으며 스포츠 행정가로 나섰다.

'지바의 기적' 이끈 이유성 대한항공 스포츠단장 은퇴(종합)
2008년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탁구협회 회장직을 맡자 이 단장이 부회장으로 10년 넘게 보필하며 탁구 발전에 힘썼다.

2004년 현역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대한항공 임원에 발탁되고, 2012년에는 전무 자리에까지 올라 체육인들로부터 부러움을 받기도 했다.

누구보다 정력적으로 한국 탁구계와 스포츠계를 위해 일하던 이 단장도 세월을 이기지는 못했다.

이 단장은 재작년 신장 이식 수술을 받는 등 최근 수년 동안 건강 이상에 시달렸다.

산적한 현안들이 적지 않아 떠날 시점을 잡지 못하던 이 단장은 프로배구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결국 은퇴하게 됐다.

특히 이 단장은 작년 4월 별세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한국 체육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사후에 대한체육회 특별공로상을 받은 데다 조원태 현 한진그룹 회장이 올해 2월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로 연임하면서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해 은퇴 결심을 굳혔다.

또 자신이 총괄하던 남자프로배구 대한항공의 첫 외국인 사령탑 선임을 마무리했고, 얼마 전에는 아들 결혼식까지 마쳐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게 됐다.

그는 "계획했던 일들을 마무리하고 떠나겠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고, 마침내 책임을 내려놓으니 홀가분하다"면서 "주말도 쉬지 않고 달려온 시간이었는데, 많은 분이 도움을 주신 덕분에 대과 없이 해낼 수 있었다.

그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