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만큼 방송 카메라 노출
용품회사 "퀸 메이커 누구야?"
"캐디 모자에 우리 로고 새기자"
후원금 받는 캐디 갈수록 늘어
지난 22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올포유·레노마챔피언십에서 함께 그린을 살피고 있는 임희정(오른쪽)과 그의 캐디의 모자 로고가 서로 다르다.  /KLPGA  제공

지난 22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올포유·레노마챔피언십에서 함께 그린을 살피고 있는 임희정(오른쪽)과 그의 캐디의 모자 로고가 서로 다르다. /KLPGA 제공

지난 22일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올포유·레노마챔피언십(총상금 8억원). 우승자 임희정(19)과 그의 캐디는 서로 다른 브랜드의 모자를 썼다. 임희정의 모자 앞쪽에는 메인 후원사인 한화큐셀이, 그의 캐디 모자에는 거리측정기 보이스캐디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함께 우승 경쟁을 한 김지현(28)도 마찬가지. 김지현은 한화큐셀 후원을 받는 선수지만, 그의 캐디는 용품 제조사 브리지스톤 모자를 착용하고 나왔다.

캐디를 광고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선수만큼이나 중계 카메라에 자주 잡히는 캐디들의 주가가 올라가면서다. 우승 경쟁을 하는 ‘챔피언 조’ 캐디인 경우 대회 최종일인 만큼 순간 시청률이 치솟아 주목도가 높다. 또 다른 선수 화면으로 전환하는 횟수가 적고 오래 노출돼 광고 효과가 선수 못지않다. 몇몇 유러피언투어의 경우 대회 주최 측이 캐디에게 후원금을 주고 자사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도록 권하기도 한다.

한 KLPGA 전문 캐디는 “예전에는 선수 용품사가 캐디의 모자나 옷을 함께 챙겨주면 ‘감지덕지’하는 분위기였으나 최근 캐디들을 찾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계약금을 받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캐디 몸값은 선수들처럼 개인 차가 크다. 현재 누구의 백을 메느냐보다 그동안 누구의 백을 멨었느냐가 관건이다. 흔히 ‘퀸 메이커’로 통하는 캐디가 영입 1순위다. 선수는 언제든 바뀔 수 있어서다. 소위 ‘A급 캐디’이면 많게는 1년에 500만~1000만원 안팎의 가욋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절댓값이 크지 않다. 하지만 KLPGA투어 전문 캐디 연봉이 4000만~1억5000여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돈이다.

최근에는 아예 ‘캐디 구단’을 꾸려 관리하는 기업도 생겨났다. 보이스캐디는 지난해부터 ‘투어 캐디 구단’을 꾸려 현재는 7명의 소속 캐디를 보유하고 있다. 임희정을 담당하는 신경훈 캐디가 단장을 맡아 ‘캐디 스카우트’까지 도맡는다. 보이스캐디 관계자는 “캐디 후원을 시작한 뒤 ‘VC’ 로고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골프팬이 부쩍 늘어났다”며 “또 캐디가 선수에게 우리 제품 설명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업계 ‘입소문’ 효과가 쏠쏠하다”고 했다.

모든 캐디가 후원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선수와 ‘메인스폰서’의 계약서에 ‘캐디도 선수와 같은 모자를 써야 한다’는 조항이 종종 적혀 있어서다. 또 다른 KLPGA투어 전문캐디는 “선수와 같은 모자를 꼭 써야 하면 선수가 비용을 보전해주기도 한다”며 “또 함께하던 선수와 갈라서고 ‘무직’ 상태가 되면 캐디가 후원사에 계약금 일부를 돌려주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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