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섕크'로 고생했던 키스너 "매치플레이킹이라 불러다오"
골프 클럽의 호젤(헤드와 샤프트가 연결되는 부분)에 공이 맞아 오른쪽으로 크게 휘며 날아가는 ‘섕크(shank)’는 프로 골퍼에게도 공포의 대상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9년차 케빈 키스너(미국)도 투어에 데뷔한 지 얼마 안된 2013년 이 수렁에 빠져 골프를 접으려 했다. 그는 “동료들과 연습라운드를 나가는 게 무서웠다. 공으로 사람들을 맞힐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키스너를 구원해준 이는 스윙 코치 존 틸러리(미국)다. 틸러리는 키스너의 스윙을 살짝 뜯어고쳤다. 틸러리는 “왼쪽 다리가 너무 일찍 펴지면서 클럽헤드가 오른쪽으로 밀리는 게 문제였는데, 왼쪽 다리를 유연하게 만들어 궤도를 스트레이트로 바꿨다”고 말했다.

키스너는 이후 완전히 다른 골퍼가 됐다. 2016년 RSM클래식에서 빼어난 아이언샷으로 생애 첫 승을 올리더니, 이듬해엔 딘앤델루카인비테이셔널에서 2승째를 거머쥐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올 시즌엔 생애 처음으로 ‘매치킹’에까지 올라 남자 프로골프의 새 강자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세계 최강 골퍼 64명이 1 대 1로 겨루는 WGC델테크놀로지스매치플레이(총상금 1025만달러)에서다.

키스너는 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오스틴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이 대회 결승전에서 ‘베테랑’ 맷 쿠처(미국)를 3홀차로 물리치고 챔피언에 올랐다. 키스너는 지난해 이 대회 결승에서 버바 왓슨(미국)에게 져 2위에 머물렀던 아쉬움을 1년 만에 털어내 의미를 더했다. 우승 상금은 174만5000달러(약 20억원).

키스너는 이번 우승으로 2년 연속 결승에 올라 우승까지 차지한 첫 번째 선수가 됐다. 키스너는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워 대회 내내 힘들었다. 하지만 결국 월드챔피언이 됐다”고 감격해 했다. 준결승에서 키스너에 패한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는 3, 4위전에서 루카스 비예레가르트(덴마크)를 4홀차로 꺾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