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동생 챙긴 형들·끝내 눈물 흘린 막내… 선전한 男양궁
상대 대만이 10점을 쏘자 패배를 예견한 오진혁(37·현대제철)과 김우진(26·청주시청)은 고개 숙인 이우석에게 다가가 어깨를 감쌌다.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양궁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리커브 단체전에서 대만에 3-5로 패한 대표팀은 경기 후 담담한 표정으로 기자들 앞에 섰다.
이우석은 "형들하고 호흡 맞춰서 서로를 믿으며 열심히 준비했다"며 "아쉽긴 하지만 끝까지 했기 때문에 후회하진 않는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맏형 오진혁은 "바람이 이유일 수도 있지만 그건 핑계인 것 같다"며 "우리가 부족했고 상대가 우리보다 더 좋은 경기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 세트 대만의 9점이 10점으로 정정되며 슛오프 기회를 놓쳤지만 오진혁은 "제발 9점이길 바라긴 했다.
그러나 완벽하게 경기를 치렀다면 그런 요행을 바랄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김우진은 "다 같이 고생하고 다 같이 단체전을 뛰었는데 성과를 이루지 못해 아쉽고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담담하게 기자회견을 마치고 지도자들과 다른 선수들이 있는 자리로 돌아간 세 선수의 얼굴엔 감췄던 아쉬움과 실망감이 짙어졌다.
이우석은 끝내 터진 눈물을 연신 재빨리 닦아냈다.
이문수 남자대표팀 감독과 김우진은 그런 막내를 따뜻하게 위로했다. '효자종목' 양궁은 세계최강 지위를 유지하기 점점 힘들어진 상황에 놓였다.
전 세계로 나간 한국인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후발주자들이 치고 올라왔고 한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점수 합산제가 아닌 세트제가 도입됐다.
아시안게임에서 8회 연속 단체전 정상을 지키던 남자 양궁도 4년 전 인천에서 막판에 도입이 결정된 세트제에 발목이 잡혔다.
그러나 온갖 견제 속에서도 한국양궁은 피나는 노력으로 정상을 지켰다.
2012 런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오진혁은 "세계 양궁이 평준화한 걸 저희는 예전부터 많이 느끼고 있었다"며 "항상 잘 해왔으니 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말 힘들게 지켜온 것"이라고 말했다.
오진혁은 "좀 더 많이 응원해주시고, 못했을 때도 질타보다는 격려가 더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비록 단체전 금메달은 놓쳤지만 끝은 아니다.
김우진과 이우석은 28일 개인전 결승에서 금·은메달을 놓고 겨룬다.
김우진은 "개인전에서는 오늘보다 좋은 경기력으로 멋진 경기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이우석도 "여태 해왔던 것의 100%는 아니더라도 90%는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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