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승부차기 패배에 질린 잉글랜드, 이번엔 저주 끊을까
굵직한 축구대회에서 잉글랜드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승부차기의 저주'다.

30일 오후(한국시간) 늦게 시작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 16강전부터는 승부차기가 도입된다.

이제부턴 지면 끝나는 토너먼트 방식의 단판 대결이어서 무승부가 없다.

전·후반 90분에서 승패를 가리지 못하면 양 팀은 연장 전·후반 30분을 더 치르고 그래도 승패 팀이 나오지 않으면 승부차기를 한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만큼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와 월드컵에서 승부차기로 눈물을 많이 흘린 팀도 없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준결승에서 잉글랜드는 당시 서독에 승부차기에서 3-4로 졌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16강에선 아르헨티나에 3-4, 2006년 독일 월드컵 8강에선 포르투갈에 1-3으로 각각 패했다.

유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유로 1996 4강에선 독일에 5-6으로 졌다.

이때 실축한 선수가 지금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인 개러스 사우스게이트다.

유로 2004 8강에선 포르투갈에 5-6, 유로 2012 8강에서도 이탈리아에 2-4로 각각 무릎을 꿇었다.

30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잉글랜드 대표팀은 러시아 월드컵에서만큼은 승부차기 악연을 끊고자 철저히 준비했다.

아마도 정기적인 승부차기 훈련으로만 치면 역대 가장 잘 준비된 대표팀이라고 한다.

먼저 러시아로 오기 전 선수들은 심리측정 테스트를 거쳤다.

또 승부차기 지원자를 뽑던 과거와 달리 승부차기 순번도 1∼23번까지 미리 정했다.

승부차기 순번은 그라운드에서 마지막까지 뛴 선수와 컨디션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승부차기를 염두에 두고 순번을 정했다는 자체가 중요하다.

영국축구협회(FA)는 남자 성인 대표팀, 21세 이하 남자 대표팀, 여자 대표팀 등 세 각급 대표팀이 최근 14차례 승부차기에서 고작 두 번밖에 이기지 못한 점을 상기하고 마치 승부차기가 곧 패배로 굳어진 대표팀의 체질을 바꾸고자 안간힘을 썼다.

승부차기 실축의 아픔을 간직한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저주 탈출에 비상한 관심을 보인 것은 당연한 이치다.

FA 분석에 따르면, 잉글랜드 선수들은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승부차기 때 서둘러 공을 찼다.

그래서 러시아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잉글랜드 대표팀은 볼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연습부터 했다.

또 압박을 받는 승부차기와 비슷한 상황을 숙소에서 연출했다.

선수들을 5개 팀으로 나누고, 4개 조 선수들이 야유와 조롱을 퍼붓는 사이 나머지 한 팀이 골프 퍼트를 하는 훈련을 했다.

심장을 강하게 단련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훈련을 단체로 진행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승부차기는 운이나 우연이 아닌 압박감에서도 펼치는 선수 개인의 실력"이라고 단언하고 승부차기 상황에 좌우되기보다 이를 능동적으로 헤쳐갈 수 있도록 선수들의 특성을 면밀히 파악해 맞춤형으로 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