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당국, VIP 이동 경로 확보 비상…개막식서 테메르에 쏟아질 야유도 우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난하는 시위가 잇따를 것으로 보여 브라질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SNS)에는 리우올림픽 개막일인 5일(현지시간) 오전부터 '반 테메르' 시위에 참여하라는 메시지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시위 계획은 최소한 7차례이며 1만5천여 명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5일 오전 9시에는 리우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마라카낭 경기장 근처에서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주 경기장으로 통하는 도로를 차단해 시위대의 접근을 막을 방침이다.

이어 11시에는 리우 시 남부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브라질민중전선(FBP) 등 좌파 사회단체들이 주도하는 시위가 예정돼 있다.

빈곤 근로자 단체인 MTST의 길례르미 보울루스 위원장은 "국민 생활 개선에 쓰여야 할 막대한 공적자금이 리우올림픽에 투입됐다"면서 "정당성이 없는 정부 때문에 시민의 사회적 권리가 위기에 처한 현실을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2㎞가량 떨어진 사엔스 페냐 광장 등에서 시위가 잇달아 벌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릴레이 시위가 예상되면서 브라질 당국은 개막식에 참석하는 VIP들의 이동 경로를 확보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대다수 정상과 정부대표들은 버스를 이용해 마라카낭 경기장으로 이동하지만, 테메르 권한대행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등은 별도의 승용차를 이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당국은 시위로 도로가 막힐 때를 대비해 헬기를 동원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한편, 개막식에서는 테메르 권한대행에게 관중들의 야유가 쏟아지면서 상당히 혼란스러운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테메르 권한대행은 약 10초 정도의 짧은 개막 선언 외에 별도의 연설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브라질올림픽위원회는 테메르 권한대행의 개막 선언이 끝나자마자 음악을 크게 틀거나 다른 음향효과를 이용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에서는 그동안 대형 국제 스포츠 행사의 개막식에서 대통령이 관중들로부터 야유를 받는 일이 많았다.

2007년 리우에서 열린 판 아메리카대회 때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 2013년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와 2014년 상파울루에서 벌어진 브라질 월드컵 개막전에서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개막 연설을 하다가 엄청난 야유를 받았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