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 달러짜리 고급 아파트지만 화장실 막히고 물새고 불도 안들어와
브라질·호주·아르헨·일본·스웨덴 일부 선수 호텔 숙박

브라질이 1조7천억원을 들여 '고급 호텔' 수준으로 지었다고 자부해온 올림픽 선수촌이 정작 손님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대회 개막을 사흘 앞둔 2일(이하 현지시간) 현재 선수촌 시설에 불만을 토로하며 입촌을 거부했거나 아예 대표팀 일부가 선수촌을 나간 국가는 개최국인 브라질을 포함해 호주, 아르헨티나, 스웨덴, 일본 등 5개국에 이른다.

올림픽 선수촌의 수준 낮은 시설에 대해 각국 선수단들의 실망과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어 선수촌 이탈 사태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서쪽의 바라 다 티주카에 있는 올림픽 선수촌은 이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그나마 브라질이 내세울 만한 자랑거리로 소개돼왔다.

브라질은 31개 동 3천604개 가구 규모의 이 선수촌을 대회가 끝난 뒤 민간에 한 채당 70만 달러에 팔 계획이다.

리우 올림픽 준비 상황과 관련한 온갖 잡음 속에서도 브라질 정부는 선수촌만큼은 '고급 호텔'과 다름없다고 큰소리를 쳐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토마스 바흐 위원장도 "역대 가장 아름다운 선수촌"이라며 거들었다.

그러나 선수촌에 대한 불만은 지난달 24일 입촌 첫날부터 불거져 나왔다.

개관 첫날부터 화장실이 막히고, 천장에서 물이 새고, 비상계단에 불도 안 들어오는 등 시설에 각종 문제점이 드러났다.

호주 선수단은 선수촌 시설과 관련한 문제점이 200가지에 이른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며칠간 호텔로 거처를 옮겼다가 보수 공사를 마치자 돌아오는 소동을 벌였다.

심지어 개최국인 브라질 선수단도 선수촌 수리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인근 호텔에 머물렀고, 아르헨티나는 배정된 5개 층 가운데 2개 층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수준"이라고 혹평하며 대표팀 스태프들이 쓸 임대 아파트를 새로 구했다.

미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선수단은 직접 인부들을 고용해 선수촌을 정비하기까지 했다.

이외에도 벨라루스, 케냐, 스웨덴 등 올림픽 선수촌의 시설 미비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국가가 늘어나자 조직위원회에서도 630명의 인력을 고용해 밤낮으로 보수 공사를 서둘렀다.

이후 많은 문제점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각국 대표팀들과 관련자들의 불만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날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여자배구 대표팀은 첫 경기인 한국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 대비하기 위해 선수촌에 들어가지 않고 인근 호텔에서 묵기로 했다.

일본 여자배구팀은 선수촌 숙소에서 물이 새는가 하면 변기가 막히고 전기배선에 문제가 생기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아 한국전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호텔 투숙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선수단에서도 기계체조 세계 최강자인 우치무라 고헤이가 "샤워 도중에 물이 나오지 않는 트러블이 있었다"고 밝히는가 하면 마라톤과 트라이애슬론 선수들도 일시적으로 선수촌에서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올림픽 선수촌이 애초 포장과는 달리 재앙 수준으로 전락한 것은 대회 코앞까지 '초치기 공사'를 벌이느라 수도, 가스, 전기 시설과 관련한 테스트를 거칠 시간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선수촌이 완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고 사전 점검도 없이 손님들을 맞았으니 선수촌 자체가 엉망진창이 된 것이다.

결국, 선수촌 관리 책임자이던 마리오 실렌티 촌장은 '주거가 불가능한' 선수촌 실태와 관련해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한국 선수단은 차분한 분위기다.

선수단 관계자는 "경기장에 가까운 호텔에 숙소를 잡은 골프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선수촌을 떠난 경기단체는 아직 없다"며 "처음에는 선수촌 급식 문제 등으로 불만이 있었지만 코리아 하우스 한식 도시락 제공 이후로는 불만 사항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