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신탁자산인 골프장을 공매로 사들였을 경우 사업권은 승계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의의 담보자산을 처분하는 공매는 물적, 인적 자산만 인수하는 것일 뿐 체육시설이용에 관한 법률(체시법)이 규정하는 경매나 그에 준한 채권자의 환가(換價) 절차에 해당하지 않아 포괄적으로 사업권까지 가져갈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경영난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전국 수십여개 골프장 매각 과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매로 사들인 골프장, 사업권은 못 가져가"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는 지난달 17일 회생채무자 주식회사인 코리핸랜드가 경기도를 상대로 제기한 경기 포천시의 푸른솔GC 사업계획변경승인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지난해 7월 수원지방법원 행정부가 내린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임의처분 형태인 부동산 담보신탁 매각은 강제 절차인 경매와 달리 체육시설이용에 관한 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체시법 27조는 골프장 헬스장 등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회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시설을 경매나 기타 경매에 준하는 방식으로 매각할 경우 인수 주체가 시설물에 대한 소유권은 물론 회원관리와 유지 등의 의무도 모두 승계하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그러나 부동산 신탁자산 공매는 자산을 한정해 처분하기로 사전에 사인(私人)과 사인(私人)이 약속한 절차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경매의 범주와 다르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매로 자산을 매각할 때 체시법이 규정하는 경매에 준하는 요건을 갖추려면 사업권까지 포함해 매각한다는 명시적인 공고와 가치 산정 등이 이뤄졌어야 하는데 이번 사건에는 그런 처분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경기도가 사업자변경승인을 내주기 전 기존 사업자(코리핸랜드)에 사전통보해 의견을 듣는 등 적정한 행정 절차가 없던 것도 위법한 사항인 만큼 변경승인은 무효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2014년 3월부터 푸른솔GC를 운영 중인 유진로텍은 영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생겼다. 코리핸랜드 측은 판결 직후 “푸른솔GC 영업을 중지하게 해달라”며 법원에 효력정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이 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유진로텍은 푸른솔GC의 운영을 중지하고 사업권을 코리핸랜드 파산관재인에 귀속시켜야 한다.

반면 코리핸랜드 주주들은 유진로텍에 사업권을 팔거나 임대할 권리가 새로 생길 전망이다. 다만 경기도가 사업권 자체를 취소할 여지는 남아 있다.

코리핸랜드는 2007년 부동산 신탁 방식과 회원권 판매 방식으로 약 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골프장 개발에 나서 2010년 가산노블리제CC를 개장했다. 하지만 이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경영난이 가중되자 2011년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후에도 채무변제가 이행되지 않자 골프장 회원 400여명은 반환받지 못한 입회보증금 채권 1600억여원을 지분으로 출자해 코리핸랜드를 인수했다. 하지만 회사가 유진기업에 갚아야 할 공사채권 475억원을 조달하지 못하면서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유진기업은 2013년 계열사인 유진로텍을 내세워 공매로 나온 가산노블리제CC를 629억여원에 인수했다.

일부에선 이번 판결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매로 골프장을 인수한 회사가 이번 판결을 근거로 회원들의 권리를 외면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관우/고윤상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