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시애틀 매리너스와 1년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이대호가 5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 프로야구 시애틀 매리너스와 1년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이대호가 5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연합뉴스
"처음부터 1년 계약 원해…뭔가 보여주면 새로운 기회 또 있을 것"

이대호(34)가 기꺼이 '팀 내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 타자로 군림하던 이대호는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고서 미국 프로야구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대호는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경쟁을 통해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대호는 한국으로 들어오기 직전 시애틀 매리너스와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초청을 포함한 1년짜리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메이저리그에 입성하고, 어느 정도 성적을 내야 최대 400만 달러(약 48억7천만원)를 받는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프로야구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일본시리즈 MVP를 받은 대한민국 대표팀 4번타자에게는 다소 아쉬운 조건이다.

하지만 이대호는 '기회'를 강조했다.

자신에게 '경쟁심'을 불어넣은 이대호는 "25인 로스터에 들면 메이저리거가 되는 것"이라고 목표를 설정했다.

다음은 이대호와 일문일답이다.

-- 32일 만에 귀국했다.

계약을 마친 소감은.
▲ 팬들이 많이 기대하셨을텐데…. 나는 시애틀과 계약해서 기쁘다.

시애틀에는 좋은 선수가 많다.

그들과 경쟁할 생각이다.

-- 최고 대우를 받던 한국, 일본과 달리 미국에서는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 부담은 없다.

지금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왔다.

위에 있으면 개인과 팀 성적에 대한 부담이 클텐데 지금은 일단 개인 성적에 집중할 수 있다.

지금은 밑바닥에 있지만, 올라가면 된다.

올라갈 일만 남았다.

-- 마이너리거라는 타이틀이 아쉽지 않은가.

▲ 25인 로스터에 들지 못하면 다 마이너리거 아닌가.

내가 열심히, 잘해서 올라가면 메이저리거가 되는 것이다.

메이저리거가 되는 걸 꿈꾼다.

더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다.

-- 시애틀과 계약한 이유는.
▲ 계약 과정에서 마이너리그 계약이라는 표현은 없었다.

시애틀이 우타 1루수를 원한다고 했고 나도 관심이 있었다.

지명타자 자리는 주인(넬슨 크루스)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시애틀이 원하는 우타 1루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1년 계약을 했다.

▲ 나는 처음부터 단년 계약을 원했다.

미국에서는 한국, 일본에서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는 듯했다.

1년 동안 내가 뭔가를 보여주면 새로운 기회가 올 수 있다.

-- 동갑내기 친구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 같은 지구에서 뛴다.

▲ 개막전부터 추신수와 만날 수 있겠더라. 일단 내가 25인 로스터에 들어야 한다.

신수를 만나 야구를 시작했다.

현재 신수는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타자고 나는 밑바닥에 있다.

아직 신수와 연락하지는 못했다.

기회가 있을 때 신수에게 조언을 구할 생각이다.

박병호와 류현진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훈련하는 동안 만났다.

미국에서 우리는 '외국인 선수'가 아닌가.

외로울 때 만나서 한국 말로 대화하면 도움이 될 것같다.

-- 살이 많이 빠졌다.

▲ 한 달 동안 훈련 열심히 했다.

살도 뺐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량도 늘렸다.

현지 언론을 보면 내가 뚱뚱하고 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1루 수비를 해야 한다.

비자 취득 절차를 밟고자 한국에 왔는데, 당장 오늘부터 훈련할 생각이다.

-- 한·일 최고 타자에서 이제 신인이나 다름없는 신분이 됐다.

▲ 야구가 쉬웠던 적은 없다.

나는 늘 지지 않으려고 경쟁했다.

언제든 뒤처질 수 있다는 경계심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그동안 내가 해왔던 야구를 할 것이다.

2012년 일본에 진출할 때도 '도전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최선을 다할 뿐이다.

(영종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jiks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