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회의 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FIFA가 보낸 서한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회의 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FIFA가 보낸 서한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축구연맹(FIFA)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FIFA가 나에게 19년 자격정지라는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명예회장은 6일 서울 신문로 축구협회에서 FIFA 윤리위원회가 보낸 서한을 공개하고 “내가 공격의 대상이 된 이유는 FIFA 내부 핵심을 정면으로 겨냥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FIFA 윤리위는 ‘정 명예회장이 한국의 2022년 월드컵 유치전 과정에서 7억7700만달러(약 9184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축구 발전을 위해 쓰겠다는 서한을 국제 축구 관계자들에게 발송했다’며 15년 자격정지를 구형하고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또 정 명예회장이 윤리위를 비판한 데 대해 추가로 4년의 자격정지를 추가했다.

FIFA 윤리위는 또 정 명예회장이 2010년 자연재해가 발생한 파키스탄과 아이티에 기부금을 보낸 시기가 FIFA 부회장 선거를 앞뒀을 때라는 점을 들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이에 대해 “1990년대부터 꾸준히 인도적으로 지원해왔다”고 일축한 뒤 “런던에서 축구 관련 세미나 일정이 있어 윤리위 청문회에는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명예회장은 “제프 블라터 FIFA 회장 측이 내 후보자격을 훼손하는 데 그치지 않고, FIFA 회장 선거를 훼손하고 FIFA 자체를 파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내가 공격 목표가 됐다는 사실은 FIFA 회장 후보로서 가장 강력한 추천서이고, 내가 FIFA 개혁을 이끌 사람이라는 가장 훌륭한 증거”라며 선거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정 명예회장은 또 “블라터 회장이나 제롬 발케 FIFA 사무총장,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과 달리 나는 뇌물이나 사기, 부패, 이해 충돌 등 어떤 혐의도 받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충분한 자격이 있고 회장 후보직을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최종 판단은 결국 국제사회의 건강한 양식에 달려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정 명예회장이 각종 의혹을 공개적으로 해명한 것은 최근 선거 국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력한 차기 FIFA 회장 후보로 꼽혔던 플라티니 회장은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플라티니 회장이 블라터 회장에게 200만스위스프랑(약 24억원)을 받은 혐의를 FIFA 비리를 수사 중인 스위스 검찰이 공개한 뒤부터다.

이후 반사이익을 정 명예회장이 아니라 알리 빈 알후세인 요르단 왕자가 보고 있다는 게 유럽 언론의 시각이다. 플라티니 회장의 이탈표가 알리 왕자로 향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정 명예회장의 기부금 논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 명예회장은 자신을 향한 부당한 의혹부터 분명하게 해명한 뒤 반전을 도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