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LPGA 최연소 우승 리디아 고 "드라이버거리 늘었는데…밥 잘먹어 그런가"
미국 LPGA투어 캐나디언여자오픈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15세 소녀의 귀국길은 쉽지 않았다. 9년 만에 금의환향한 지난 28일 인천공항은 태풍 ‘볼라벤’의 강력한 바람에 휩싸였다. 오후 6시께 도착 예정이던 비행기는 자정이 넘어서야 착륙했다.

일산의 외숙모 집으로 가서 하루 쉬고 30일 곧바로 부모님의 고향이자 친척들이 모여 사는 제주도로 가려고 했으나 이번에는 제14호 태풍 ‘덴빈’의 여파로 비행기가 뜨지 못했다.

제주행이 무산된 뒤 리디아 고는 어머니 현봉숙 씨(50)와 함께 서울 강남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오는 길은 힘들었지만 모처럼 만난 친척들과 맛있는 음식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먹은 음식을 물었더니 “어제 산낙지를 먹고 점심에는 전복죽을 먹었다”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산낙지를 먹어본 적이 있느냐’고 했더니 “5살 때 산낙지를 먹은 기억이 난다. 그때 기억이 나서 먹고 싶었다”고 답했다.

다시 접한 고국의 이미지가 궁금했다. “시티(도시) 같은 느낌이에요. 모두들 아파트에 살잖아요. 뉴질랜드는 그냥 집인데요.” 부모 고향은 제주지만 그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저보다 8살 많은 언니는 제주도에서 태어났는데 저는 서울 대방동에서 태어났어요. 언니는 ‘오대’를 나왔어요.” ‘오대’가 뭐냐고 했더니 “뉴질랜드 ‘오클랜드대’”라고 알려줬다.

한국에서 보고 싶었다는 탤런트 소지섭 씨와 언제 만나기로 했는지 물었다. “연락은 했는데 아직 답이 없네요. 알아보고 있는 중이에요.” ‘왜 그렇게 좋아하느냐’고 했더니 “잘 생겼다. 소지섭 오빠가 나온 ‘유령’ ‘로드 넘버원’ 등 드라마와 영화들도 다 봤다”고 말하며 눈을 크게 떴다.

美 LPGA 최연소 우승 리디아 고 "드라이버거리 늘었는데…밥 잘먹어 그런가"
우승하자마자 한국으로 들어와 뉴질랜드 소식을 접했느냐고 물었다.

“거기도 난리가 났대요.(웃음) 존 키 뉴질랜드 총리는 ‘축하한다’고 이메일을 보내왔어요. 뉴사우스웨일스오픈에서 우승했을 때도 이메일을 보냈었지요.” 호주에서 열린 뉴사우스웨일스오픈은 리디아 고가 만 14세9개월의 나이로 남녀 통틀어 전 세계 프로골프대회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대회다.

그는 좋아하는 선수로 ‘미셸 위와 필 미켈슨’을 꼽았다. “미켈슨은 ‘쇼트게임의 킹’이잖아요. 미셸 위는 예쁘고 골프도 잘 치고 스폰서도 잘 받았잖아요. 지금은 별로 못치지만 대학이 끝났으니까 잘 쳤으면 좋겠어요.” 그는 2014년 고교졸업 예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대학에 가고 싶어요. 스탠퍼드대면 더 좋고요.” 대학들의 스카우트 제의는 졸업을 1년 앞둔 시점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연초에 비해 드라이버샷이 20~30야드가량 늘었다’고 하니 그는 “그 정도로 늘어난 건 아니다. 밥도 잘먹고 짐(gym)에서 힘을 길러 조금 나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장기로 정확한 미들 아이언샷을 꼽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어머니는 “드라이버도 잘 치잖아”하며 받았다.

공부도 잘한다. “수학은 이번에 99점을 맞아 애들 중에 가장 높아요. 1등 성적을 바라지는 않아요. 학교에 많이 못 나가는데 1등을 바라면 ‘오버’잖아요. ‘패스’만해도 돼요.”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