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과 성적 부진,이혼 등으로 관심을 끌어온 타이거 우즈(35 · 미국)가 모처럼 '골프 황제'다운 샷을 뽐내며 주목받았다. 우즈가 이혼 후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선두권으로 나서자 외신들은 '타이거 돌아오다'(Tiger on track) '타이거 포효하다'(Tiger roars) 등의 제목으로 다뤘다.

우즈가 주목받은 대회는 미국PGA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인 바클레이스.우즈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퍼래머스의 리지우드GC(파71)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초반부터 버디행진을 벌인 끝에 6언더파(버디7,보기1) 65타를 쳤다. 본 테일러(미국)와 함께 공동 선두다.

우즈가 1위로 라운드를 마친 것은 지난해 11월 호주마스터스 이후 9개월 만이다. 미PGA투어 대회에서는 작년 9월 BMW챔피언십 이후 처음이다. 6언더파는 올 들어 치른 35라운드 가운데 가장 좋은 스코어.60타대 스코어를 낸 것도 12라운드 만의 일이다.

24일 이혼 발표 후 우즈가 어떤 성적을 낼지에 관심이 쏠렸으나 일단 첫걸음은 순조롭게 뗀 셈이다. '우즈가 심적 부담을 털고 부활 조짐을 보였다'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우즈도 "잭 니클로스가 갖고 있는 메이저 최다승(18승) 기록을 꼭 깨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플레이 내용과 경기에 임하는 전략도 달라졌다. 14개의 파4,파5홀에서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난 것은 한 차례뿐이었다. 어프로치샷은 그린을 세 차례 벗어나 열 다섯번의 버디 기회를 맞았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7개홀에서 버디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파4,파5홀 티샷은 주로 3번우드로 했고,드라이버는 5번과 18번(이상 파4) 두 홀에서만 잡았다.

우즈가 한 라운드에 단 두 번 드라이버를 꺼낸 것은 2006년 브리티시오픈 이후 처음이다. 게임이 잘 풀리려고 그랬는지 두 번의 드라이버샷이 '데일리 샷'이 됐다. 길이 291야드인 5번홀에서는 드라이버샷을 곧바로 그린에 올려 가볍게 버디를 잡았고,맞바람이 분 18번홀에서는 드라이버샷을 300야드 이상 날려 페어웨이 복판에 떨군 후 7번아이언 펀치샷으로 1.8m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퍼트(총 27개,홀당 1.6개)도 전성기 때처럼 치는 족족 홀을 찾아들었다. 우즈는 "올해 내내 잊었던 무엇인가를 찾은 것 같다. 다시 샷 감각을 되찾게 돼 흥분된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외신이나 전문가들은 우즈가 이혼 후 예전 경기력을 되찾았다는 데 동의하는 쪽이 많다. 칼럼니스트 로버트 루스틱은 "우즈가 예전 스윙으로 돌아갔다"고 했고,NBC스포츠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1%가 '우즈가 이혼 후 경기력이 좋아졌다'고 대답했다. 최경주(40)는 3언더파(버디6,보기3) 68타로 공동 20위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