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면서 동계스포츠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보다 금메달 수가 많은 국가는 미국 독일 노르웨이,그리고 개최국 캐나다뿐이다. 중국이 총 11개의 메달로 바짝 쫓아왔으나 한국을 넘지 못했고 동계올림픽을 두 차례나 개최한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노골드'에 머물렀다.

◆명실상부한 동계스포츠 강국으로 우뚝

1948년 생모리츠대회에 처음 참가한 한국은 2006년 토리노대회까지 금 17개,은 7개,동 7개 등 31개의 메달을 땄다. 그러나 쇼트트랙을 제외하면 1992년 알베르빌대회 때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김윤만이 은메달,토리노대회 때 남자 500m에서 이강석이 딴 동메달이 전부였다. 쇼트트랙 일변도의 메달 편식이었던 셈.

이번엔 달랐다. 스피드 및 피겨 스케이팅에서도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하며 새 이정표를 세웠다.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는 모태범과 이상화가 남녀 500m를 석권했고 남자 1만m에서는 이승훈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스피드 스케이팅은 은메달 2개까지 추가하며 전통적인 메달박스 쇼트트랙(금 2,은 4,동 2개)을 제치고 새로운 '효자 종목'이 됐다.

불모지 피겨 스케이팅에서는 '슈퍼 스타' 김연아가 한국 피겨 역사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박성인 선수단장은 28일 "솔트레이크시티대회 이후 8년을 준비했다. 한국은 빙상 세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빙상 강국이 됐다"고 자평했다.

◆투자와 관심은 늘리고…쇼트트랙은 재정비하고

스피드 및 피겨 스케이팅이 4년 후 러시아 소치대회에서도 영광을 재현하려면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스피드 스케이팅은 단거리 · 장거리를 막론하고 체격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동양선수들에게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제2의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이 나올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과 선수층 저변확대가 급선무다. 피겨 스케이팅에서는 곽민정이 '제2의 김연아'로 자리잡았지만,한 사람으로는 부족하다. 일본처럼 메달권에 근접한 여러 명의 선수를 길러 선의의 경쟁을 시켜야 한다. 메달 텃밭인 쇼트트랙은 재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국 쇼트트랙은 마지막날인 27일에도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여자대표팀은 은 1,동 2개로 18년 만에 '노골드'에 그쳤다. 쇼트트랙 종주국과 최강국의 입지를 되찾기 위한 철저한 분석과 대책이 시급해졌다. 또 12명을 출전시킨 알파인 스키,크로스컨트리,스키점프,프리스타일 스키,스노보드,바이애슬론 등 설상 종목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한 시점이다.

박 단장은 "설상 종목에서 메달을 따려면 10년은 준비해야 한다"며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은 올림픽 후가 더 중요하다. 이들은 무조건 소치대회까지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하며 후진 꿈나무들을 육성하는 것도 급선무"라고 밝혔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힘 모을 때

강원도 평창,독일 뮌헨,프랑스 안시.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신청한 도시다. 세 도시는 밴쿠버 동계올림픽기간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였다. 올림픽 유치 '3수'에 나선 평창유치위원회는 공동유치위원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김진선 강원지사뿐 아니라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및 이건희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 밴쿠버에 머무르며 유치활동을 벌였다.

앞서 두 차례 유치 경쟁에서 평창이 내세울 수 있는 종목은 쇼트트랙뿐이었다. 하지만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도 금메달리스트가 잇따라 탄생해 홍보활동의 폭이 훨씬 넓어졌고 '피겨 여제'에 오른 김연아는 존재 자체로 큰 힘이 되고 있다. 밴쿠버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린 태극전사들은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에 선봉장으로 나설 전망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