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프로골프(KPGA) '간판 주자' 배상문(23 · 키움증권)이 최종일 후반 버디 퍼레이드를 펼치며 KPGA 시즌상금 5억원 시대를 열었다. 배상문은 또 내셔널타이틀 대회 2연패에 성공,세계 톱랭커들에게 빼앗길 뻔했던 우승컵을 국내에 머무르게 했다.

배상문은 13일 천안 우정힐스CC(파71)에서 열린 제52회 코오롱-하나은행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원) 최종라운드에서 후반 11~13번홀의 3연속 버디를 포함,4타를 줄이며 4라운드 합계 10언더파 274타로 전날까지 선두였던 김대섭(28 · 삼화저축은행)과 로리 매킬로이(20 · 북아일랜드)를 제치고 우승컵을 안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이며 올해 2승을 포함,프로통산 6승째다. 우승상금 3억원을 받은 배상문은 시즌 상금이 5억605만원으로 불어났다. KPGA에서 한 시즌 상금이 5억원을 돌파한 것은 배상문이 처음이다. 종전 KPGA 상금왕의 시즌 최다상금은 지난해 배상문이 기록한 4억7000여만원이었다.

배상문은 지난해 챔피언으로서 강력한 우승후보였으나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스포트라이트는 세계랭킹 24위 매킬로이와 일본골프의 '샛별' 이시카와 료(18)에게 집중됐다. 배상문이 1,2라운드에서 이븐파로 매서운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도 한 이유였다. 최경주 양용은을 이어나갈 한국골프의 '차세대 기수' 배상문은 그러나 '무빙(moving) 데이'라는 3라운드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보기없이 버디만 6개 잡고 단숨에 선두와 1타차 공동 3위로 치솟은 것.

최종일 1000여명의 갤러리들이 챔피언조를 따라다니며 열기가 고조되자 배상문도 2연패에 시동을 걸었다. 배상문 매킬로이 김대섭은 10번홀까지 1~2타차로 박빙의 선두다툼을 벌였다. 승부의 분수령은 11~13번홀.평소 파5로 운영되지만,대회 때는 파4로 셋업된 11번홀(452m)에서 배상문은 9m 거리의 내리막성 버디퍼트를 성공하며 두 주먹을 불끈쥐었다. 매킬로이와 김대섭이 보기를 범해 배상문은 이번 대회 들어 65번째 홀 만에 처음으로 단독선두에 나섰다. 배상문은 승기를 잡은 듯 짧은 파4홀인 12번홀(322m)에서 두 번째샷을 홀 옆 50㎝에 붙여 버디를 추가했다. 하이라이트는 '아일랜드 그린'의 13번홀(파3 · 202m).배상문은 티샷을 홀 앞 8m 지점에 떨군 뒤 또 한번 먼 버디퍼트를 성공시켰다. 2위권에 3타차로 앞서나가며 승부에 쐐기를 박은 천금같은 버디였다. 14번홀(파4)에서 김대섭이 버디를 잡았으나 간격을 좁히는 데 만족해야 했다. 매킬로이는 그 홀에서 티샷이 왼편 워터해저드에 빠지며 우승경쟁에서 멀어졌다.

이시카와는 사흘 동안 더블보기를 했던 13번홀에서 이날은 버디를 잡았으나 이븐파 284타로 공동 15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는 한국 내셔널타이틀답게 첫날부터 많은 갤러리들이 찾아왔고 이시카와,매킬로이,대니 리,김대현 등 각국을 대표하는 장타자들은 270~280m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파워샷으로 보답했다.

/천안=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