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6일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2009'(이하 지산록페)가 열린 경기도 이천시 지산리조트는 하나의 거대한 노래방이었다.

록 팬들의 대규모 합창과 괴성에 가까운 환호의 데시벨은 이미 측정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5만여명 팬들의 환호에 록 밴드들은 열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무대와 '깜짝 선물'을 선사했다.

◇ 수만명이 부르는 대규모 합창 = 귀가 멍멍해질 정도로 수만명 록 팬들의 거대한 합창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무대는 뭐니뭐니 해도 26일 헤드라이너였던 브릿팝의 제왕 '오아시스'의 공연이었다.

관객들은 '오아시스'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바로 전 무대인 호주의 개러지 록 밴드 '제트'의 공연이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1시간을 기다리는 열정을 보였다.

무대 옆 스크린에 '오아시스'라는 이름이 나타나기만 해도 관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이들의 이름을 불렀다.

예정된 시간인 오후 9시30분 '오아시스'가 무대에 나와 노래를 부르자 관객석은 순식간에 거대한 노래방으로 변했다.

관객들은 목이 터져라 '오아시스'의 대표곡인 '샴페인 슈퍼노바'(Champagne Supernova)와 '모닝 글로리'(Mornig Glory) 등을 따라 불렀다.

특히 관객들의 합창에 노엘 갤러거는 어쿠스틱 기타로 송가인 '돈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를 연주하다 후렴구 부분에선 아예 관객들에게 노래를 양보하기도 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오아시스'도 한국 팬들의 극성스러운 애정에 공연 중간중간 행복한 미소를 보였으며 리암 갤러거는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탬버린을 객석으로 던져 '깜짝 선물'을 남겼다.

한국 록 팬들의 이러한 열광에 '오아시스'뿐 아니라 첫 날 공연팀인 미국의 펑크팝 밴드 '위저'도 태극기가 그려진 기타와 다양한 한국말로 화답했다.

◇ 날씨도 좋고 놀기도 좋고 = 지산록페가 열리는 3일 동안에는 첫 날 잠깐의 보슬비가 내린 것을 제외하곤 구름이 약간 낀 흐릿한 날씨여서 야외에서 록 음악을 즐기기엔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관객들은 히피룩과 펑크룩, 비치룩 등 다양한 패션으로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표현했다.

햇볕을 가릴 수 있는 챙이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는 관객들의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아이템이었다.

관객들의 개성은 색색의 깃발에서도 나타났다.

관객들은 '오아시스'와 '비틀스' 등 자신이 좋아하는 밴드의 이름이나 사진이 그려진 깃발을 흔들며 젊음을 표출했다.

그 중에는 얼마 전 숨진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을 추모하는 깃발도 있었고 매년 록 페스티벌에 등장하는 하늘색 토끼 인형도 눈에 띄었다.

음악을 즐기는 관객들의 자세도 다양해 푸른 잔디밭에 서거나 앉아서 또는 누워서 음악을 들었다.

좋아하는 밴드가 무대에 나올 때면 무대 가까이에 몰려 악을 쓰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점핑하며 춤을 추는 것은 록 팬들의 '당연한' 자세였다.

주최측에 따르면 3일 동안 지산록페를 찾은 관객수는 첫날과 둘째날 각각 1만5천여명, 셋째날 2만여명 등 모두 5만여명이며 이 중 텐트 1천300여동에 2천500여명이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며 음악을 즐겼다.

◇ 양분된 록 페스티벌 = 5만여명이 지산록페를 찾아 국내외 유명 밴드들의 음악과 공연을 즐겼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남아있다.

그 동안 인천에서 열린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펜타록페)을 공동으로 주관해온 공연 기획사 옐로나인과 아이예스컴이 갈등을 빚어 올해에는 인천의 펜타록페와 이천의 지산록페로 양분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두 록 페스티벌이 같은 날에 열려 팬들은 24일과 26일은 지산록페, 25일은 미국의 뉴메탈 밴드 '데프톤스'가 출연하는 펜타록페에 가기 위해 짐을 쌌다 풀었다를 반복해야만 했다.

두 페스티벌에 모두 참석한 직장인 김모(32)씨는 "가뜩이나 록 팬 층이 얕은 한국에서 같은 날에 두 곳에서 록 페스티벌이 열려 팬 입장에서 매우 안타깝다"며 아쉬워했다.

이 외에도 지산록페의 공연을 중계하는 카메라 촬영팀이 록 밴드들의 움직임을 종종 놓쳐 아쉬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천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eng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