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삼키는 아시아 '큰손'
아시아의 거대 자본들이 영국의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로 몰려들고 있다. 경제 위기로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이 물러난 자리를 아시아 기업들이 꿰차고 있는 것.

아랍에미리트(UAE)의 알 파힘그룹은 최근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14위를 기록한 포츠머스FC를 사들였다. 포츠머스는 총 5580만달러의 은행 채무로 인해 심각한 자금난을 겪던 중 중동의 갑부 술레이만 알 파힘의 매각 제의를 받아들였다. 알 파힘은 지난해 9월 UAE의 아부다비 유나이트그룹의 최고경영자로 재직할 때 맨체스터 시티를 사들인 주인공이기도 하다. 당시 인수 자금으로만 2억1000만파운드(약 4226억원)를 쾌척했다.

또 인도의 대기업 '사하라 인디아 페리워'는 조만간 AIG 대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에 이름을 부착하는 '저지 스폰서(jersey sponsor · 유니폼 정면에 이름이 붙는 스폰서)'가 될 전망이다. 이 회사 수바루타 로이 회장이 다음 달 5일 런던에서 최종 협상을 마무리지을 것이라고 인도 일간지 '뭄베이 데일리 뉴스 앤 애널라이즈'가 보도했다. 사하라는 금융,건설,항공,부동산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는 인도의 재벌이다. 또 영화 뉴스 엔터테인먼트 채널 등을 보유한 인도 최대의 미디어 그룹이기도 하다. 사하라는 셔츠에 이름을 다는 조건으로 5년간 1억5950만달러(약 1998억원)를 지불할 것으로 알려졌다. AIG는 2006년 계약 당시 4년간 9015만달러(약 1129억원)를 지급했다.

또 다른 인도 대기업인 GMR그룹은 4억5000만파운드(약 9057억원)에 리버풀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인도의 이동통신회사인 바하티 에어텔은 프리미어리그 모바일폰 사업과 관련해 수백만달러 계약을 맺었다.

이번에 프리미어리그에서 2부리그로 강등된 뉴캐슬 유나이티드도 다시 매각설이 나돌면서 아시아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뉴캐슬은 지난해 공개적으로 매각을 선언하고 두바이,나이지리아,중국의 갑부들과 접촉했으나 지나치게 높은 매각금액(약 3억파운드)으로 인해 실패한 바 있다.

한국은 맨유에 금호타이어,풀럼에 LG,첼시에 삼성그룹 등이 후원 관계를 맺고 있다. 세계로 진출하려는 아시아 기업들로서는 회사의 브랜드를 알리기에 프리미어리그만한 곳이 없다. 프리미어리그는 최근 들어 유럽과 미국의 기업들로부터 돈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에 도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프리미어리그 20개 클럽들은 내년 시즌에 평균 5~10% 정도 후원금액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새로운 '돈줄'을 찾고 있는 프리미어리그로서는 아시아에서 해답을 찾은 셈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