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기미를 보였던 이승엽(33.요미우리 자이언츠)이 다시 긴 침묵에 빠지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승엽은 5월31일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스와 인터리그 2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쳐 5경기 연속 무안타라는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다.

시즌 11번째 홈런을 때렸던 5월24일 오릭스 버펄로스와 경기에서 마지막 타석 삼진까지 합치면 22타수 연속 안타가 없다.

5번을 때리다 31일 세이부와 경기에서는 7번으로 강등됐고 2-2로 맞선 9회초 무사 1루에서는 보내기 번트 지시를 받는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

지난해 일본시리즈에서 격돌했던 세이부와 경기에서 야구 인생 최악을 경험했기에 이번 인터리그에서 명예회복을 별렀지만 호아시 가즈유키, 기시 다카유키 등 세이부가 자랑하는 투수에게 막혀 고개를 떨어뜨렸다.

'인터리그 사나이'답지 않게 교류전 타율은 0.195(41타수8안타)로 떨어졌고 한때 3할을 넘었던 시즌 타율도 0.255(137타수 35안타)로 곤두박질 쳤다.

시즌 11호 대포를 터뜨릴 때까지 이승엽이 5월에만 홈런 7방을 때려내며 완벽한 부활을 알렸기에 최근 갑작스러운 부진은 충격적이다.

'믿음'보다는 '경쟁'으로 팀을 이끄는 하라 다쓰노리 감독이 이승엽을 언제 또 벤치에 불러들일지 모를 일이다.

이승엽은 절치부심 칼을 갈고 어느 때보다 알차게 정규 시즌을 준비했지만 두 달 사이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고 부진→회복→부진이라는 극과 극을 거듭했다.

두 차례나 홈런왕을 차지한 인터리그가 시작됐지만 이제 막 센트럴리그 투수들의 볼 배합이 눈에 익을 만한 시점에서 퍼시픽리그 투수들과 새로 대적하는 터라 혼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 감독 시절 이승엽을 지도했던 김용희 SBS 해설위원은 "지금 승엽이가 안 좋은 건 확실하다.

삼진을 안 당하겠다는 의욕이 앞서 공을 맞히기에 급급하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은 "잘 때리다 몇 경기 또 안 맞다 보니 심리적으로 쫓기는 모습이 역력하다.

하라 감독이 말을 하지 않아도 그런 건 선수들이 먼저 느낀다.

승엽이가 그동안 심적인 부담을 잘 참고 이겨내 대견스럽게 생각하나 최근 많이 흔들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음이 위축되면 타격 기술에서 바로 영향을 받는다.

김 위원은 "승엽이가 바깥쪽 볼은 허리가 빠진 상태에서 때리다 보니 몸과 팔이 떨어져 좋은 타구를 생산하지 못한다.

또 몸쪽 볼은 상체가 앞으로 쏠리는 바람에 타구에 힘이 없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은 "타격은 결단력의 싸움이다.

지금은 승엽이가 삼진을 당하는 것, 안타를 못 때리는 것에 개의치 말고 철저히 노리는 공만 칠 수 있도록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