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시즌 초반 화끈한 '타고투저' 양상을 타고 토종 선수와 외국인 선수끼리 치열한 홈런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일까지 치른 54경기에서 127개의 홈런이 터졌다.

4개 구장에서 경기당 평균 2.35개씩 쏟아진 셈이다.

최희섭(KIA), 최준석(두산), 로베르토 페타지니(LG), 빅터 디아즈(한화) 등 토종과 용병이 각각 2명씩 사이좋게 홈런 5개씩을 때려 공동 1위를 형성했고 카림 가르시아와 이대호(이상 롯데), 김태균(한화), 김현수(두산) 등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던 4총사가 4개씩 터뜨려 선두 그룹을 바짝 쫓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산술적으로 40개를 넘겨야 홈런왕에 오를 수 있다.

2003년 이승엽(당시 삼성)이 56개를 쏘아 올려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우고 홈런킹에 오른 이후 5년간 홈런왕은 홈런 40개를 채우지 못했다.

WBC에서 대표팀 주축 투수로 활약했던 각 팀 에이스의 컨디션이 아직 제 궤도를 찾지 못했고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도 떨어지는 등 8개 구단 전체적인 마운드 수준이 하향 평준화하면서 타자들만 신났다.

8개 구단 타자들의 장타율은 0.431로 지난해 0.379보다 훨씬 높다.

초반 대포에 불이 붙은 선수들의 사연도 재미있다.

최희섭과 최준석은 각각 10㎏ 이상을 감량, 스윙에 자신감을 찾은 경우다.

홀로 팀 홈런을 다 때린 최희섭은 등산으로 살을 빼고 하체를 강화했고 한국 무대 3년차를 맞아 투수들의 스타일에 서서히 적응을 마쳤다.

외국인 타자 맷 왓슨을 실력으로 밀어낸 최준석은 한결 날렵해진 몸으로 공수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타율도 0.404나 때리는 등 정확하면서 파워 넘치는 스윙으로 김경문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최준석이 상승세를 탄 이유는 왓슨, 오재원과 치러야 했던 피나는 주전 1루수 경쟁 덕분이다.

부상 중인 오재원이 돌아와 1루를 맡으면 최준석은 지명 타자로 돌아서 타격에만 전념할 수 있다.

페타지니는 펜스 거리를 좁힌 잠실구장의 혜택을 톡톡히 봤다.

5방 중 4방을 잠실구장에서 터뜨렸고 그 중 2개는 X존(이동식 펜스와 원래 펜스 사이)에 떨어진 것이었다.

장타력이 부쩍 는 김현수는 무거운 방망이(920g)와 풀스윙으로 홈런왕 경쟁에 가세했고 가르시아와 이대호는 부진을 거듭하다 지난 주말 목동구장에서 각각 3방, 2방씩을 터뜨리고 타격감을 회복했다.

목동구장은 잠실구장과 함께 전체 홈런의 21%인 27개가 쏟아진 홈런공장이다.

디아즈와 김태균, 이범호(한화.3개) 등은 펀치력도 좋지만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경우다.

또 34방이나 터져 최고의 홈런공장으로 통하는 대전구장을 홈으로 쓰는 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