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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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국내 개막전인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서 만난 윤이나(21·사진)는 인터뷰 때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첫 기자회견에서는 실제로 눈물을 쏟았다. ‘오구 플레이’ 논란 속 1년9개월 만의 복귀전이라는 부담, 주변 동료와 업계 관계자들의 차가운 시선 등이 그를 옥좼다.

한 달 만에 다시 만난 윤이나의 표정은 한결 밝아 보였다. 지난 12일 경기 용인 수원CC(파72)에서 막을 내린 KLPGA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마친 뒤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 선 윤이나는 “오랜만에 챔피언조에서 우승 경쟁을 할 수 있어서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다”며 미소 지었다.

이날 복귀 후 첫 챔피언조에서 우승 경쟁을 펼친 그는 최종 합계 10언더파 206타를 적어내 3타 차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동갑내기이자 투어 데뷔 동기인 이예원(21)을 한때 2타 차까지 바짝 추격했으나 끝내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그럼에도 윤이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그는 “결과는 조금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 없는 경기였다”고 말했다.

눈물의 복귀전 후 조금씩 되찾은 미소

2022년 KLPGA투어에 데뷔한 윤이나는 300야드를 넘나드는 시원시원한 장타에 화려한 미모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한순간 잘못된 판단이 그를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그해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오구 플레이를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선수 활동이 중단됐다. 대한골프협회(KGA)와 KLPGA는 윤이나에게 3년 출전 금지 징계를 내렸다.

KGA와 KLPGA가 그 후 징계를 1년6개월로 감면하면서 윤이나는 지난달 국내 개막전을 통해 국내 필드로 돌아왔다. 당시만 해도 윤이나의 얼굴에는 어둠이 가득했지만 대회에 계속 출전하면서 미소를 되찾았다. 냉랭하던 동료들의 반응이 조금씩 누그러든 것도 자신감을 찾는 데 큰 힘이 됐다. 윤이나는 “첫 대회 출전 때보다는 심적으로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한다”며 “매 경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더 단단해져 돌아온 장타 여왕

마음의 안정을 찾으니 ‘멘털 스포츠’로 불리는 골프에서도 정신력이 가장 많이 개입하는 퍼팅에서 크게 나아진 수치를 보였다. 복귀 첫 대회에서는 평균 퍼팅 수 31.75개로 2022년 평균(31.02개)에도 못 미쳤다. 그런데 이번 대회의 평균 퍼팅 수는 29.33개를 기록했다. 특히 최종 라운드 14번홀(파4)에서는 15.4m의 장거리 버디퍼트에 성공해 구름 갤러리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약점인 퍼트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거쳤다.

윤이나는 “시즌 초반 퍼팅에 아쉬움이 많아 최종환 프로에게 집중 레슨을 받았다”고 말했다.

드라이브 비거리에서도 ‘장타 여왕’으로 이름을 날리던 2년 전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윤이나는 이번 대회에서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1위(266.8야드)를 기록했다. 데뷔 첫해 평균 비거리인 263.4야드를 뛰어넘은 수치다.

최근 참가한 2개 대회 연속 톱10에 든 윤이나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매 경기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며 “지금처럼 하면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다짐했다. 머지않아 우승할 기세지만 윤이나는 결과에 매달리지 않았다. 그는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감사한 마음으로 대회에 임하는 게 올 시즌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용인=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