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팬들이 뿔났다.

스포츠전문 케이블 TV 4사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중계권 대행사인 에이클라의 중계권 협상 결렬로 주말인 18, 19일 이틀 간 프로야구 중계가 중단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일부 지역방송사와 지방 공중파 방송이 야구 중계를 했지만 시청권이 제한되는 만큼 사실상 이틀 동안은 TV에서 국내 프로야구 중계는 사라진 것. 야구팬들은 직접 경기장을 찾거나 인터넷사이트 등을 통해 야구중계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당사자인 스포츠 케이블 TV 4사와 에이클라는 각자의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면서 서로 상대방을 헐뜯기에 바빴을 뿐, 수많은 야구팬들을 위한 조치는 없었다.

◆결국은 돈 문제
스포츠전문 케이블TV 4사와 에이클라가 프로야구 중계 중단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치닫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돈 문제다. 중계권을 놓고 파는 쪽과 사는 쪽이 제시한 금액 차가 현격히 큰 탓이다.

케이블 방송사들은 "지난해 스포츠방송사 3개사의 적자 총액은 150억원이었고, 작년 말부터 광고매출은 50% 이상 급감했다"며 '경기 악화'를 이유로 들어 중계권료를 2008년 채널당 16억원에서 올해 10억원으로 낮춰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에이클라는 채널당 14억원 수준을 고집하며 더이상의 인하는 무리라고 못박았다. 에이클라는 "모 스포츠전문 케이블채널은 지난해 프로야구 중계로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다른 부문 때문에 적자를 봤음에도 돈을 벌어주는 프로야구 중계방송에 드는 돈을 깎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에이클라가 벌어들인 중계권료는 KBO를 거쳐 8개 구단에 분배된다.

◆고래싸움에 등터지는 건 야구팬 뿐
양측이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동안 그 피해는 야구팬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18, 19일 KBO에는 미처 프로야구 중계중단 사실을 몰랐던 야구팬들의 문의와 항의가 빗발쳤다. 또 KBO 홈페이지와 스포츠케이블 방송 4사의 홈페이지, 야구 관련 게시판 등에 이번 사태와 관련한 글 수천건이 올라오고 있다.

한 야구팬은 "SBS스포츠가 이승엽 경기 중계를 위해 1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으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국내 프로야구 중계권 협상에는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임했고, 그 결과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빼앗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야구팬도 "그렇게 사정이 어려우면 해외스포츠 중계를 포기하면 될 것 아닌가"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또 방송 중단 사태까지 치닫도록 조치를 취하지 않은 KBO에도 일침이 가해졌다. 한 야구팬은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깎으려는 방송사들이 더 밉지만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는 것 자체가 KBO의 행정력 부재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KBO는 "양측이 하루 빨리 원만하게 합의해 팬들이 TV로 야구를 접할 수 있었으면 한다"라는 원론적 입장만을 내놓을 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에이클라는 "다음주 초반 협상이 진행되겠지만 방송사가 10억원을 계속 주장할 경우 타 케이블 방송 등과 계약을 추진하겠다"며 "다음주 중 다른 케이블 방송사의 편성채널을 통해 프로야구를 중계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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