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독자 여러분,안녕하세요? 김미현입니다. 지난주 싱가포르 대회(HSBC챔피언스)는 재미있었지만 3라운드 경기가 중단돼 선수 식당에서 쉴 때 에어컨 바람이 너무 세서 감기가 들어버렸어요.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아 4라운드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대회가 돼버렸어요. 어쨌든 저는 경기를 마친 후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와 있습니다. 컨디션 조절을 잘 해서 다음 대회에서는 꼭 우승을 노려봐야죠.

이번 주에는 사소하지만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에 대해 알려드릴까 해요. 바로 '티'(tee)입니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볼을 올려놓는 티는 특히 파3홀에서 큰 위력을 발휘합니다.

프로암 경기를 하다 보면 가끔 파3홀에서 티에 볼을 올려놓지 않고 샷을 하는 분들을 볼 수 있습니다. 결과가 좋은 경우도 있지만 실수를 했을 때,그 홀의 스코어는 엉망이 되기 쉽죠.티를 쓰지 않는 이유는 많습니다. 티가 잘 부러지기 때문에 아깝다는 분도 있고,티 위에 놓고 볼을 치면 왠지 '하이 핸디캐퍼'같다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 경기를 보면 파3홀에서 티를 쓰지 않는 선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티업은 필수적입니다.

그 이유는 볼을 더 쉽게 띄우고,거리에서도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 티 위에 볼을 놓고 스윙하면 평소보다 5야드 정도 거리를 더 보낼 수 있습니다. 또 볼이 살짝 떠 있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클럽 페이스 중심에 볼을 맞히기도 쉽고요. 당연히 볼이 더 잘 떠오르게 되죠.

5야드의 거리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만약 사진처럼 물을 넘겨서 그린을 공략할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그 5야드의 차이 때문에 물에 빠질 볼이 온 그린이 되는 경우는 드물겠지만,심리적으로 받는 안정감은 큽니다.

한 클럽 큰 것을 선택한 다음 스윙 크기를 줄인다거나 그립을 짧게 쥐는 방법으로 5야드를 확보할 수 있지만,자신있게 풀스윙하는 것만 못하겠죠.원래의 클럽으로 풀스윙해서 5야드를 더 보낼 수 있다면 눈앞에 해저드가 있어도 심리적으로 여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평소보다 좋은 임팩트를 할 수 있어요.

티를 꽂을 때,얼마나 높이 꽂는지는 골퍼마다 다릅니다. 제 경우는 잔디와 비슷한 높이로 맞춥니다. 이 높이가 임팩트 때 볼을 깨끗하게 맞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티를 조금 높이면 볼의 탄도가 높아지고,티를 낮추면 볼의 탄도가 조금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티 높이를 조절하면 거리감이 달라지기 때문에 저는 잘 써먹지 않지만요.

골프는 아주 작은 요소로 인해 이득을 볼 때가 있습니다. 파3홀에서 티업이 바로 그런 것이죠.스윙을 바꾸는 것도 아니고,무리하게 강한 스윙을 할 필요도 없이 단순히 티 위에 볼만 얹어서 이득을 볼 수 있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티업은 골프에서 몇 안되는 골퍼의 권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