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4대륙피겨선수권대회 우승 메달을 목에 건 '피겨퀸' 김연아(19.고려대 입학예정)가 세계피겨선수권대회(3월23~29일.미국 LA)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일찌감치 떠올랐다.

김연아는 지난 7일(한국시간) 오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 실내빙상장에서 막을 내린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대회에서 총점 189.07점으로 얻어 조애니 로셰트(캐나다.

183.91점)와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176.52점)을 밀어내고 가볍게 정상에 올랐다.

역대 4대륙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 지난해 고양시에서 치러진 4대륙 대회에서 김나영(19.연수여고)이 4위에 올랐던 게 역대 최고 기록이었지만 이번에 김연아가 국내 피겨 역사를 새롭게 썼다.

4대륙 대회 우승으로 김연아는 2008-2009 시즌 들어 두 차례 그랑프리 시리즈 우승에 이어 시즌 세 번째 우승 세리모니를 펼쳐보이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이제 이번 시즌 남은 과제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따내는 일이다.

김연아는 그랑프리 대회와 그랑프리 파이널, 4대륙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던 만큼 2년 연속 동메달을 따냈던 세계선수권대회에서만 우승 메달을 차지하면 ISU 주관 대회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김연아는 지난 2006-2007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하고 나서 처음 출전한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의 쾌거를 달성했다.

이 역시 한국 선수로는 처음 있는 기념비적인 성과였다.

2007-2009 시즌에도 김연아는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2년 연속 동메달의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지난 두 시즌 연속된 부상은 김연아로 하여금 동메달에만 만족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김연아는 고질적인 부상을 피하려고 철저한 사전 예방에 나섰고, 그의 바람대로 절정의 컨디션으로 4대륙 대회에 출전, 월등한 기량과 정확한 기술을 앞세워 당당하게 우승 시상대에 올랐다.

비록 프리스케이팅에서 석연찮은 판정시비가 신경에 거슬리지만 '강심장' 김연아는 항상 "신경 쓰지 않는다"라며 자기 연기에만 충실하겠다는 각오뿐이다.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점(72.24점)을 세우고 프리스케팅에서 116.83점을 보태 189.07점으로 우승을 차지한 지금의 자진감과 컨디션을 유지해간다면 김연아의 세계선수권대회 석권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특히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릴 LA 스테이플 센터의 규격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규격이어서 이번 4대륙 대회가 치러진 퍼시픽 콜리시움과 똑같다는 점도 김연아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김연아가 훈련하고 있는 토론토 크리켓 빙상장 역시 세로축이 짧은 형태라서 김연아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더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또 한 번 우승을 다툴 아사다가 이번 시즌 심한 부침을 보이는 점도 김연아의 금빛 도전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밴쿠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