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 막판 침몰 … 이지영, 최종라운드 '오버파 징크스' 공동 8위
이지영(23ㆍ이마트)이 미국 LPGA투어 카팔루아LPGA클래식(총상금 150만달러)에서 또다시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공동선두로 출발한 이지영은 20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카팔루아 리조트 베이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3오버파로 무너지며 합계 2언더파 286타로 공동 8위에 그쳤다. 우승을 차지한 모건 프레셀(미국)에 무려 6타나 뒤졌다.

장타자인 이지영은 올 들어 우승 찬스를 맞은 마지막날 한 차례도 언더파를 기록하지 못했다. 다 잡은 것 같았던 우승을 놓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어서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도 안타까워하고 있다.

지난 6월 메이저대회인 맥도날드LPGA챔피언십에서 3라운드까지 단독선두에 올랐으나 마지막날 경기 시작하자마자 보기를 3개 하더니 후반 13번홀에서 더블보기,15번홀에서 트리플보기를 한 끝에 6오버파 78타를 쳐 공동 18위로 미끄러졌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열린 세이프웨이인터내셔널에서도 사흘 내내 5언더파 67타를 쳤지만 마지막날 이븐파 72타에 머물며 6언더파 66타를 몰아친 오초아에게 7타 뒤진 2위로 밀렸다. 2007년 미켈롭울트라오픈 연장 세 번째홀에서 70㎝ 파퍼트를 마크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홀아웃하려다 실수를 하며 우승컵을 날려버린 기억도 있다.

또 … 막판 침몰 … 이지영, 최종라운드 '오버파 징크스' 공동 8위
이지영은 마지막날 챔피언조에 들면 오버파를 친다는 '징크스'를 어떻게 하든 털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이지영은 오래전부터 마지막날 심적인 부담감 때문에 퍼팅을 잘 하지 못한다고 한다. 다른 프로들 가운데도 이지영과 비슷한 '문제'를 경험한 사례가 적지 않다. '집게 그립'으로 유명한 박도규는 '퍼팅 입스'가 와 한때 '쇼트퍼트 공포'에 떨었다. 김종덕도 한때 입스에 시달리다가 롱퍼터로 바꾸면서 이를 극복하기도 했다. 지난달 3년 만에 우승한 김대섭은 2006년 메리츠솔모로오픈 마지막날 무너지며 우승을 내준 데다 스코어 오기로 실격까지 당하면서 1년 반가량 '드라이버 입스'와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겪었다. 아마추어 골퍼들도 갑작스러운 스윙 난조와 골프에 대한 부담감으로 골프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이에 대해 경험 많은 프로 골퍼들은 한결같이 '마인드 컨트롤'이라는 처방전을 내놨다. 프로 통산 15승을 거둔 최광수(48ㆍ동아제약)는 "최종일 평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라운드한다는 마음으로 쳐야 한다. 1∼3라운드를 공격적으로 쳤다면 마지막날도 공격적으로 나가야 한다. 공격적으로 쳤다가 안전하게 지키는 식으로 대응해서는 곤란하다. 우승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늘 1라운드를 하고 있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3년 만에 우승하며 통산 17승을 달성한 강욱순(42)은 "이지영은 마음이 약한 것이 아니다. 예전에 놓친 우승을 이번에 만회하려는 욕심이 강한 게 문제다.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플레이를 막고 있다. 이전 것은 잊어버리고 현재의 대회,라운드에만 충실해야 한다. 자신의 컨디션을 생각하지 않고 우승하겠다는 마음이 너무 앞서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고 분석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